1983년의 도쿄.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초고층 빌딩과 화려한 도쿄만의 풍경과는 상당히 다른 도시가 화면에 나타납니다.
바닷가에는 창고와 공장이 이어지고, 빈 땅 사이로 오래된 공동주택이 서 있습니다.
그곳에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한 가족이 살고 있죠.
영화 《가족 게임 家族ゲーム》입니다.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공간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큰 영화입니다.
4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보면 영화 속 가족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1983년 도쿄의 모습입니다.
특히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승도키와 도쿄만 일대가 영화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의 이야기를 길게 따라가기보다 그들이 살던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던 공업지대, 이상하게 긴 식탁, 음식과 옷차림, 그리고 음악을 없애버린 독특한 사운드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주 짧게 보는 《가족 게임》 이야기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중학생 누마타 시게유키는 공부에 별다른 의욕이 없습니다.
형은 공부를 잘하지만 시게유키의 성적은 신통치 않고, 부모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의 성적과 진학 문제에 쏠립니다.
결국 누마타 가족은 가정교사를 고용합니다.
그런데 집에 나타난 가정교사 요시모토 가쓰는 평범한 선생이 아닙니다.
3류 대학에 7년째 다니고 있다는 그는 시게유키의 공부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질서를 조금씩 흔들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만 알고 보아도 충분합니다.
《가족 게임》의 재미는 누가 어느 학교에 합격하는가보다 이 가족이 어떻게 함께 살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사는데 서로 마주 보지 않는다
이 영화를 처음 보면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식탁입니다.
일반적인 가족 영화라면 식구들이 식탁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앉습니다.
그런데 누마타 가족의 식탁은 다릅니다.
좁고 긴 테이블을 따라 가족이 일렬로 앉습니다.
마치 식당 카운터에 나란히 앉아 있는 손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데도 서로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배치는 《가족 게임》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식탁은 원래 가족이 대화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가까이 있지만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가족.
영화가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식탁 하나만으로 이 집의 관계가 보입니다.

식탁 위 음식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가족 게임》에서 음식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화려한 일본 요리가 등장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평범한 가정식이 등장하기 때문에 1980년대 일본 중산층 가정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은 달걀입니다.
아버지 누마타 고스케는 달걀노른자를 독특한 방식으로 먹습니다.
노른자를 입으로 빨아 먹는 모습과 그 소리가 유난히 강조됩니다.
노른자가 너무 익었다며 아내에게 불평하는 모습까지 등장합니다.
별것 아닌 아침 식사 장면인데 이상하게 불편합니다.
이것이 《가족 게임》의 음식 연출입니다.
맛있어 보이게 만드는 대신 먹는 행동과 소리를 확대해 인물의 성격과 가족관계를 보여줍니다.

밥과 국, 달걀, 반찬 같은 일상적인 음식이 놓인 식탁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980년대 일본 가정에서는 서양식 식생활이 이미 널리 퍼져 있었지만 쌀밥과 된장국, 생선, 절임류 같은 전통적인 식사 역시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가족 게임》의 식탁은 바로 그 시대의 평범한 가정식을 보여주는 생활 자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음식보다 더 강하게 기억되는 것이 있습니다.
먹는 소리입니다.
씹는 소리.
마시는 소리.
달걀노른자를 빨아들이는 소리.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
이 영화에서 음식은 눈으로 보는 것만큼 귀로 듣게 됩니다.
OST를 찾았는데, 음악이 없다?
필름 여행에서 보통 영화 한 편을 소개할 때 OST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족 게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음악적 특징은 사실상 극적인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감동적인 장면에서 음악이 올라오지도 않고, 불안한 순간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이 흘러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대표 OST를 소개하는 방식이 이 작품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음악이 없는 자리를 생활의 소리가 차지합니다.

샤프펜슬을 누르는 소리.
밥을 씹는 소리.
차를 마시는 소리.
손바닥이 뺨에 닿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이런 평범한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들립니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배경음악 아래 묻혔을 소리들입니다.
음악을 걷어내니 가족의 생활 자체가 일종의 사운드트랙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가족 게임》은 OST가 없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소리'가 매우 중요한 영화입니다.
이어폰을 끼고 다시 보면 영상만 볼 때와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83년 일본의 입시 전쟁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83년이라는 시점도 중요합니다.
일본은 고도성장기를 지나 소비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생활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자녀 교육과 진학 경쟁은 가정의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영화에서 아버지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결국 성적입니다.
가정교사를 고용하고, 성적이 올라가면 보상을 더 주겠다는 식의 사고방식까지 등장합니다.
아이의 성장 자체보다 숫자로 표시되는 성적이 가족의 관심사가 되어버립니다.
그렇다고 《가족 게임》이 입시 문제를 무겁게 고발하는 교육영화처럼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상황을 조금 비틀어 보여줍니다.
그래서 웃긴데 불편하고, 불편한데 다시 보면 웃깁니다.

교복을 보면 1980년대 일본이 보인다
학교 장면에서는 당시 학생들의 교복과 헤어스타일도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날 일본 영화에서 1980년대를 재현한 의상과 실제 1983년에 촬영된 영화의 차이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지금 보면 복고풍으로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그냥 평범한 옷입니다.
학생들의 교복뿐 아니라 어머니의 가정복, 아버지의 직장인 복장, 가정교사 요시모토의 옷차림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마쓰다 유사쿠가 보여주는 모습은 당시 전형적인 교사 이미지와 거리가 있습니다.
그의 옷과 행동에는 단정한 교육자의 권위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인의 분위기가 강합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누마타 가족의 아파트
그리고 이제 《가족 게임》을 필름 여행답게 볼 차례입니다.
영화에서 누마타 가족이 사는 곳은 도쿄만 주변의 공동주택입니다.
로케이션 자료를 따라가면 이 장소로 알려진 곳이 도쿄도 주오구 승도키 6초메 일대입니다.
영화에서는 아파트 자체뿐 아니라 주변 풍경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가정교사 요시모토가 누마타 가족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보이는 풍경을 자세히 보세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도쿄의 모습과 너무 다릅니다.

건물 주변에는 넓은 공터와 창고가 있습니다.
멀리 공장 시설도 보입니다.
도쿄 중심부와 멀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1980년대 초 도쿄만의 실제 풍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풍경 때문에 《가족 게임》은 40여 년 전 도쿄를 기록한 뜻밖의 도시 아카이브가 됩니다.
승도키, 勝どき라는 동네
승도키는 도쿄도 주오구에 있습니다.
긴자와 쓰키지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지역입니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도쿄의 대표적인 워터프런트 주거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승도키는 메이지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쳐 조성된 매립지입니다.
지역 이름 역시 러일전쟁 승리를 기념해 만들어진 '가치도키노와타시', 즉 승도키 나루에서 유래했습니다.
현재의 화려한 고층 주거지역만 보고 방문하면 이런 역사를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1983년 《가족 게임》을 먼저 보고 지금의 승도키를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같은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뒤 승도키와 하루미 일대에서는 대규모 재개발이 계속됐습니다.
창고와 산업시설 중심의 풍경 사이로 고층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도쿄의 워터프런트 주거지역으로 성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2026년 현재도 승도키 일대에서는 도시 재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승도키역도 없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승도키에는 도에이 오에도선 승도키역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게임》이 개봉한 1983년에는 이 지하철역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여행자가 승도키역에서 내려 영화의 흔적을 찾는 것과 영화 속 사람들이 이곳을 오가던 방식은 전혀 달랐던 셈입니다.
영화에서 배와 버스 같은 이동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도 당시 도쿄만의 교통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도심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긴자와 쓰키지, 승도키, 하루미를 하나의 여행 동선으로 묶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40여 년이라는 시간이 한 지역의 거리감까지 바꾸어놓은 것입니다.
창밖의 공장 풍경은 어디였을까
누마타 가족의 집 주변과 창밖을 보면 공업지대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당시 도쿄만의 도요스와 아리아케 일대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산업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특히 도요스에는 도쿄가스 공장이 있었습니다.
도쿄가스의 공식 연혁에 따르면 도요스 공장은 1956년에 설치됐고 1994년에 폐쇄됐습니다.
따라서 《가족 게임》이 촬영된 1983년은 도요스가 아직 산업지역으로 기능하던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현재 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설 중 하나는 도요스 시장입니다.
영화 속에서 보이던 공장과 저장시설, 빈 땅을 기억하고 현재의 도요스를 방문하면 묘한 시간차를 경험하게 됩니다.
지금의 도요스는 대형 상업시설과 고층 주거시설, 공원과 시장이 자리한 곳입니다.
영화 속 회색빛 산업지대가 현재의 워터프런트 도시로 변한 것입니다.


하루미까지 연결하면 영화 여행이 재미있어진다
승도키에서 조금 더 바다 쪽으로 이동하면 하루미가 나옵니다.
하루미 역시 매립으로 만들어진 지역입니다.
오늘날에는 도쿄올림픽 선수촌을 활용한 HARUMI FLAG 등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시 이미지가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가족 게임》의 시대에는 지금과 분위기가 크게 달랐습니다.
창고와 부두, 넓은 도로와 비어 있는 공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이 지역을 걸으면 작품 속 건물 하나를 정확하게 찾는 것보다 도시 전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더 큽니다.


《가족 게임》의 촬영지를 찾아간다면 승도키만 찍고 돌아오기보다
쓰키지 → 승도키 → 하루미 → 도요스
정도로 연결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1983년 영화 속 도쿄만과 현재의 도쿄만을 비교하는 작은 도시여행이 됩니다.
영화 속 집이 넓어 보이지 않는 이유
누마타 가족은 경제적으로 극빈한 가정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직장을 다니고 두 아들을 키우며 가정교사까지 고용합니다.
그런데 집은 묘하게 답답합니다.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가 짧고 가족이 계속 서로의 생활영역을 침범합니다.
당시 일본 도시지역의 공동주택 생활과 핵가족 구조를 생각하면서 보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경제적으로 성장했다고 해서 생활공간까지 무한히 넓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이 좁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가족 사이에 문제가 생겨도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서로 가까이 붙어 살면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긴 식탁이 더욱 기괴하게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운데 심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집 자체가 영화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셈입니다.
1983년의 생활도구를 찾아보는 재미
오래된 영화를 볼 때 줄거리만 따라가면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화기.
TV.
주방용품.
책상.
학용품.
가구.
가방.
자동차.
《가족 게임》에는 1983년 일본의 생활용품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1980년대 복고풍'을 만들려고 배치한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에 실제로 사용하던 물건을 놓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제작하는 시대극보다 생생합니다.

이런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이 오래된 영화의 재미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배경이 40년 뒤에는 시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마쓰다 유사쿠, 기존 이미지를 비틀다
요시모토 가쓰를 연기한 배우는 마쓰다 유사쿠입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배우입니다.
강렬한 액션과 형사 역할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가 《가족 게임》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불편하고, 가만히 있어도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요시모토가 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평범한 가정의 공기가 조금씩 어긋납니다.

마쓰다 유사쿠는 1989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40세였습니다.
《가족 게임》이 공개되고 불과 6년 뒤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영화 속 젊은 마쓰다 유사쿠의 모습 자체가 일본 영화사의 기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연기한 이타미 주조
아버지 누마타 고스케 역은 이타미 주조가 맡았습니다.
한국 관객에게는 배우보다 영화감독으로 더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연결점이 있습니다.
이번 필름 여행 추천 목록의 여섯 번째 작품인 《탄포포 タンポポ》의 감독이 바로 이타미 주조입니다.
《가족 게임》에서는 기묘한 방식으로 달걀을 먹던 아버지였지만 2년 뒤인 1985년에는 일본 음식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탄포포》를 연출합니다.

그래서 이번 1980년대 일본 영화 시리즈는 배우와 감독까지 서로 연결됩니다.
《가족 게임》의 식탁에서 이타미 주조를 만나고, 몇 편 뒤 《탄포포》에서는 그의 카메라를 통해 라멘과 일본 음식문화를 만나게 되는 셈입니다.
이타미 주조는 199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 역의 유키 사오리는 지금도 활동 중
어머니 누마타 치카코 역은 유키 사오리가 맡았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두 아들의 교육과 남편 사이에서 움직이는 평범한 어머니처럼 등장하지만 유키 사오리의 본업은 가수입니다.
그리고 1983년의 영화에서 만났던 그녀는 40년이 훌쩍 지난 2026년에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신곡 《恋でパラダイス》를 발표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도 진행했습니다.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볼 때 흥미로운 순간이 바로 이런 때입니다.
한 화면에 있던 배우들의 시간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게유키 역의 미야카와 이치로타
시게유키를 연기한 미야카와 이치로타에게 《가족 게임》은 특별한 작품입니다.
1966년생인 그는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정말 그 시대의 중학생을 데려다 놓은 듯한 어색함과 불안함이 있는데, 오히려 그 느낌이 시게유키라는 인물과 잘 맞습니다.
이후 배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고 2026년에도 드라마 출연이 확인됩니다.
1983년의 입시생이 40여 년 뒤에도 현역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오래된 작품을 따라가는 재미입니다.
개봉 당시 일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가족 게임》은 지금 와서 재발견된 영화만은 아닙니다.
1983년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그해 키네마준포 베스트텐에서 일본영화 1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일본영화에는 지금까지도 자주 언급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가족 게임》이 강한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관객과 평단에게 이 영화의 연출 방식이 얼마나 새롭게 다가왔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기존 가족영화처럼 감동적인 음악을 깔지도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이해하며 따뜻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대신 카메라와 공간, 식탁과 생활소음으로 가족을 해부합니다.
왜 40년이 지나도 식탁 장면을 기억할까
결국 《가족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승도키도 학교도 아닐지 모릅니다.
누마타 가족의 식탁입니다.
한 줄로 늘어선 가족.
음식을 먹는 사람들.
대화하는 것 같지만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질서가 무너집니다.
가족영화에서 식탁은 흔히 화해의 장소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가족 게임》은 반대로 사용합니다.
가족이 가장 가까이 모이는 공간을 가장 불편한 장소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40년이 지나도 이 장면은 낡지 않았습니다.
TV와 전화기는 구식이 되었고 승도키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가족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83년과 2026년, 같은 장소를 비교해 보는 영화
《가족 게임》을 지금 다시 보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시간입니다.
1983년에는 황량했던 도쿄만.
창고와 공장.
공동주택.
넓은 빈 땅.
그 사이를 움직이는 사람들.
2026년 같은 지역에는 고층 주거단지와 지하철, 상업시설과 정비된 워터프런트가 들어섰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미래였던 도시가 지금은 현실이 됐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건물보다 사람입니다.
도시는 몰라보게 변했는데 가족의 고민은 의외로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의 성적을 걱정하는 부모.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욕심.
형제 비교.
부모와 자녀의 대화 단절.
교육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모습.
그래서 《가족 게임》은 오래된 영화인데도 묘하게 현재형으로 보입니다.
필름 여행으로 다시 보는 《가족 게임》
이 영화를 단순히 '마쓰다 유사쿠의 명작'이라고만 기억하면 조금 아깝습니다.
1983년의 도쿄가 들어 있습니다.
당시의 공동주택이 있고 학교가 있고 학생들의 교복이 있습니다.
회사원의 옷차림과 주부의 생활이 있습니다.
아침 식탁에는 달걀이 올라오고 밥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창밖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도쿄만이 펼쳐집니다.
40여 년이 지나면서 배우들의 삶도 달라졌고 도시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족 게임》을 다시 보는 일은 영화 한 편을 다시 보는 것보다 1983년 도쿄로 잠깐 돌아가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특히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승도키와 하루미, 도요스를 지나면서 영화의 화면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고층빌딩 사이 어딘가에 창고와 공장, 오래된 공동주택이 서 있던 시절의 도쿄가 겹쳐 보일지도 모릅니다.
작품 개요
제목 : 가족 게임
원제 : 家族ゲーム
영문명 : The Family Game
국가 : 일본
제작연도 : 1983년
일본 개봉 : 1983년 6월 4일
상영시간 : 106분
장르 : 드라마 / 블랙코미디 / 가족
감독 : 모리타 요시미쓰
각본 : 모리타 요시미쓰
원작 : 혼마 요헤이 《家族ゲーム》
촬영 : 마에다 요네조
편집 : 가와시마 아키마사
주요 출연 : 마쓰다 유사쿠, 이타미 주조, 유키 사오리, 미야카와 이치로타, 쓰지타 준이치
주요 배경·촬영 지역 : 도쿄만·승도키 일대
특징 : 배경음악을 거의 배제한 사운드 연출, 일렬로 배치한 식탁, 1980년대 일본의 입시와 핵가족 풍경
수상·평가 : 1983년도 키네마준포 베스트텐 일본영화 1위
필름 여행 포인트
이 영화를 다시 볼 때는 줄거리만 따라가지 말고 다섯 가지를 함께 찾아보세요.
① 누마타 가족이 일렬로 앉는 긴 식탁
② 달걀과 평범한 일본 가정식
③ 배경음악 대신 강조되는 생활소음
④ 1983년 승도키와 도쿄만의 산업 풍경
⑤ 학생 교복·전화·TV·가구 등 당시 생활문화
이 다섯 가지만 따라가도 《가족 게임》은 전혀 다른 영화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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