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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 26년이 지나도 설레는 이유, 마츠시마 나나코·츠츠미 신이치와 2000년 도쿄의 사랑 어떤 사랑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낡아 보입니다. 휴대전화가 바뀌고, 옷이 바뀌고, 사람들이 사랑을 말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2000년 가을 일본에서 방송된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는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표정으로 돌아옵니다.처음 볼 때는 돈 많은 남자를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승무원과 가난한 생선가게 남자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입니다.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면, 이 드라마가 묻고 있었던 것은 돈과 사랑 가운데 무엇을 고를 것인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무엇을 가져야 자신이 초라하지 않다고 믿게 되는가.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조건을 사랑하는 것인지, 그 사람 자체를 알아보는 것인지.〈야마토 나데시코〉는 화려한 도쿄의 밤을 배..
일본 드라마 [아마짱] 촬영지 구지와 배우들의 13년 후, 아키와 유이는 다시 그 바다에서 만난다 2013년 일본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아침이 시작됐습니다.“じぇじぇじぇ!” (제제제)놀랄 때마다 튀어나오는 이 짧고 묘한 말과 함께 한 소녀가 바다로 뛰어들었고, 오래된 지방 철도가 달렸으며, 작은 어촌마을 사람들이 전국적인 스타가 됐습니다. 그 드라마가 NHK 연속TV소설 《아마짱》입니다. 그런데 《아마짱》을 단순히 ‘해녀가 된 소녀의 성장 드라마’라고 소개하면 이 작품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바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아이돌 이야기가 되고, 아이돌 이야기인가 싶으면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변합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가 끝난 뒤입니다. 아키가 뛰어들었던 바다는 지금도 있고,..
일본 영화 《가족 게임》(1983) 촬영지와 40년 뒤 도쿄, 기묘한 식탁에 담긴 80년대 일본 가족의 풍경 1983년의 도쿄.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초고층 빌딩과 화려한 도쿄만의 풍경과는 상당히 다른 도시가 화면에 나타납니다. 바닷가에는 창고와 공장이 이어지고, 빈 땅 사이로 오래된 공동주택이 서 있습니다. 그곳에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한 가족이 살고 있죠. 영화 《가족 게임 家族ゲーム》입니다.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공간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큰 영화입니다. 4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보면 영화 속 가족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1983년 도쿄의 모습입니다. 특히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승도키와 도쿄만 일대가 영화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의 이야기를 길게 따라가기보다 그들이 살던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던 공업지대, 이상하게 긴 식탁, 음식과 옷차림, 그리고 음악을 없애버린 독특한 사운드까..
일본 드라마 《리키시》 줄거리와 결말, 한국 씨름과 다른 스모 규칙과 실제 스모 세계 넷플릭스에서 《리키시》라는 제목을 처음 보면 제목 자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리키시(力士)는 일본에서 스모 선수를 뜻하는 말입니다.한국에서 씨름 선수를 씨름선수 또는 장사라고 부르는 것처럼, 일본의 프로 스모 세계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가리키는 표현이지요. 그런데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단순히 덩치 큰 선수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던 스모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한국의 씨름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경기 방식부터 눈에 들어옵니다.한국 씨름은 상대를 넘어뜨리는 순간 승부가 결정되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스모에서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뿐 아니라 원형의 도효 밖으로 내보내는 것 역시 승리입니다. 그래서 경기 시간이 아주 짧은데도 그 짧은 몇 초 안에 밀기, 당기기..
일본 드라마 [입스] 줄거리와 결말, 시노하라 료코×바카리즈무의 가벼운 추리 코미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습니다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릭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노하라 료코와 바카리즈무라는 조금 의외의 조합이 꽤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묘하게 아쉬운 부분도 남습니다. 《입스(イップス)》는 범인이 누구인지 숨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시청자는 범인을 알고 출발하고, 두 주인공이 어떻게 범인의 허점을 발견하는지를 따라갑니다. 그래서 범인을 맞히는 추리극이라기보다는, 범인이 만들어놓은 트릭을 두 사람이 대화와 관찰로 무너뜨리는 과정을 즐기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이 방식은 상당히 가볍고 편합니다.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무겁게 끌고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장점이 동시에 아쉬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 사건이 조금 더 강했다면 어땠을까. 마..
일본 드라마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줄거리와 결말, 오노에 마츠야와 도쿄 디저트 가게들의 현재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작품을 만납니다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뒤흔드는 거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다음 회를 누르게 되는 드라마.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이 딱 그렇습니다. 나하고 장르의 코드가 완전히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간만에 만난 일본의 전형적인 코믹 드라마인데, 웃기려고 준비한 장면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갑자기 터지는 장면들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칸타로가 디저트를 먹는 순간부터 이 드라마는 정상적인 세계를 슬쩍 빠져나갑니다. 진지한 얼굴로 영업을 하던 남자가 한 입의 디저트 때문에 전혀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그 황당함을 배우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연기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일본 영화 〈아마기 고개〉 줄거리와 결말, 다나카 유코를 보기 위해 시작한 99분의 미스터리 다나카 유코 때문에 찾아본 영화다 1983년 작품 〈아마기 고개〉. 사실 영화 자체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다나카 유코의 젊은 시절 작품을 하나씩 찾아보다 발견한 영화였고, 1983년이면 그녀가 아직 20대 초반이던 시절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은 조금 애매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고 살인사건도 등장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수십 년 동안 감춰졌던 진실도 하나씩 드러난다. 그런데 도통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서도 무언가 시원하게 정리됐다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영화를 보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다나카 유코. 이 영화에서만큼은 정말 예뻤다. 1983년 영화 〈아마기 고개〉 일본 원제는 〈天城越え〉. 직역하면 ‘..
일본 영화 〈국보〉 줄거리와 결말, 요시자와 료와 요코하마 류세이가 3시간 동안 보여준 가부키의 세계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배우들은 도대체 얼마나 연습한 걸까. 〈국보〉는 무려 175분에 달하는 긴 영화입니다. 거의 3시간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러닝타임보다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무대 위에서 춤추는 두 남자의 모습입니다. 요시자와 료와 요코하마 류세이. 두 배우가 화장을 하고 여성의 옷을 입고 가부키 무대에 섭니다. 처음에는 배우가 가부키를 연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깊어질수록 그 경계가 희미해집니다. 배우가 가부키 배우를 연기하는 것인지, 정말 가부키 배우의 무대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국보〉는 줄거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