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릭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노하라 료코와 바카리즈무라는 조금 의외의 조합이 꽤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묘하게 아쉬운 부분도 남습니다.
《입스(イップス)》는 범인이 누구인지 숨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시청자는 범인을 알고 출발하고, 두 주인공이 어떻게 범인의 허점을 발견하는지를 따라갑니다.
그래서 범인을 맞히는 추리극이라기보다는,
범인이 만들어놓은 트릭을 두 사람이 대화와 관찰로 무너뜨리는 과정을 즐기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이 방식은 상당히 가볍고 편합니다.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무겁게 끌고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장점이 동시에 아쉬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 사건이 조금 더 강했다면 어땠을까.
마지막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뒤집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면 훨씬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입스》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남는 느낌입니다.

제목 《입스》는 무슨 뜻일까
제목부터 조금 낯섭니다.
'입스(Yips)'는 원래 스포츠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던 표현입니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을 심리적인 압박이나 불안 때문에 갑자기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드라마는 그 개념을 직업의 영역으로 확장합니다.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한 명은 글을 쓰지 못하게 된 미스터리 작가.
다른 한 명은 사건을 풀지 못하게 된 엘리트 형사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가장 중요한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입스》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두 명의 명탐정 이야기가 아니라,
한때 잘했던 일을 더 이상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문제와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지 못하는 미스터리 작가, 쿠로바 미코
시노하라 료코가 연기하는 쿠로바 미코는 한때 잘나가던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데뷔 이후 세 작품을 연속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무려 5년 동안 신작을 내지 못합니다.
마지막 작품의 트릭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본업인 소설 대신 방송 출연과 칼럼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코가 조용히 숨어 사는 인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말이 많습니다.
호기심도 많습니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사건을 만나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글은 못 쓰면서 실제 살인사건을 만나면 흥분합니다.
바로 이 모순이 미코라는 캐릭터를 재미있게 만듭니다.
시노하라 료코가 가진 특유의 밝고 능청스러운 연기도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사건을 풀지 못하는 엘리트 형사, 모리노 토오루
바카리즈무가 연기하는 모리노 토오루는 미코와 정반대처럼 보입니다.
말수가 적고 냉정합니다.
한때는 경찰 조직에서도 인정받던 엘리트 형사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사건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입스'에 빠졌습니다.
더 재미있는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
모리노는 원래 미코의 소설을 좋아했던 팬입니다.
그런데 미코의 최근 작품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결국 SNS에서 익명 계정을 만들어 미코의 작품을 비판하는 안티팬이 됩니다.
그러니까 미코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셈입니다.
이 설정이 두 사람의 관계를 훨씬 재미있게 만듭니다.


첫 만남부터 이 드라마의 성격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곳은 경찰서도 아니고 살인사건 현장도 아닙니다.
사우나입니다.
미코는 글을 쓰지 못하고,
모리노는 사건을 풀지 못합니다.
둘 다 본업에서 도망치듯 사우나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진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인기 열파사 '전격 위치 마히로'가 관련된 사건입니다.
범인은 시청자에게 먼저 공개됩니다.
따라서 질문은 이것이 아닙니다.
'누가 죽였을까?'
대신 이렇게 바뀝니다.
'어떻게 죽였을까?'
그리고 하나가 더 붙습니다.
'미코와 모리노는 범인의 어떤 실수를 찾아낼까?'
《입스》의 추리는 처음부터 이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범인을 먼저 알려주는 추리극
추리 드라마라고 하면 보통 여러 용의자가 등장합니다.
시청자는 형사와 함께 범인을 추리합니다.
하지만 《입스》는 범인을 감추는 방식의 작품이 아닙니다.
이른바 '도서(倒叙) 미스터리' 구조를 사용합니다.
먼저 범행을 보여줍니다.
시청자는 범인을 압니다.
범인이 어떤 방식으로 알리바이를 만들었는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재미의 중심이 달라집니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범행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모순을 발견할지가 중요해집니다.
일본 드라마를 오래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품이 있습니다.
《후루하타 닌자부로》입니다.
범인을 먼저 보여주고,
후루하타가 범인의 작은 행동과 말에서 허점을 찾아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입스》 역시 이런 구조를 현대적인 미스터리 코미디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추리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의 대화
사실 《입스》에서 트릭만 놓고 보면 굉장히 복잡한 작품은 아닙니다.
이 드라마가 더 재미있는 부분은 미코와 모리노의 대화입니다.
미코는 끊임없이 말을 합니다.
모리노는 그런 미코를 귀찮아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을 해결할 때는 서로가 필요합니다.
미코는 작가답게 사람의 행동과 이야기의 모순을 발견합니다.
모리노는 형사답게 증거와 논리를 연결합니다.
둘 중 한 명만 있었다면 놓쳤을 부분을 다른 한 사람이 채웁니다.
그런데 둘 다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둘 다 현재는 '고장 난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수사가 조금 엉성해 보여도 그것 자체가 캐릭터가 됩니다.

바카리즈무를 캐스팅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선택은 바카리즈무입니다.
본명 마스노 히데토모.
일본에서는 코미디언이면서 배우이고,
무엇보다 각본가로도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브러시 업 라이프》를 본 사람이라면 바카리즈무라는 이름이 익숙할 겁니다.
그런데 《입스》에서는 각본가가 아니라 배우로 중심에 섭니다.
무표정한 얼굴.
툭 던지는 말.
상대방이 열심히 말하는데 묘하게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태도.
이런 바카리즈무 특유의 리듬이 모리노와 잘 맞습니다.
시노하라 료코가 앞으로 튀어나가는 연기를 한다면,
바카리즈무는 옆에서 그것을 살짝 눌러줍니다.
두 사람의 온도 차이가 그대로 코미디가 됩니다.


시노하라 료코, 여전히 이런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시노하라 료코는 1973년생입니다.
《입스》가 방송된 2024년에는 50대에 들어선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미코는 상당히 활동적인 캐릭터입니다.
사건만 나타나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경찰이 아닌데도 수사 현장에 끼어들고,
사람들을 붙잡고 질문합니다.
시노하라 료코가 오랫동안 보여준 당당하고 활달한 캐릭터의 장점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언페어》에서 냉정한 형사 유키히라 나츠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습니다.
한때 강렬한 형사를 연기했던 배우가 이번에는 경찰 수사에 끼어드는 수다스러운 미스터리 작가가 됐습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데도 어딘가 시노하라 료코다운 힘이 있습니다.


소메타니 쇼타가 연기하는 미코의 동생 쿠로바 케이
주연 두 사람 외에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또 있습니다.
소메타니 쇼타입니다.
미코의 동생 쿠로바 케이를 연기합니다.
케이는 유명한 인권파 변호사입니다.
누나 미코와는 성격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케이는 단순한 '주인공의 동생'이 아니라 미코와 모리노의 입스가 시작된 이유와 연결되는 중요한 인물로 들어옵니다.
소메타니 쇼타라는 배우를 이 정도 역할에 배치했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의미심장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사람이 그냥 동생일 리는 없겠는데?'
실제로 후반부에서는 케이를 중심으로 과거 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매회 등장하는 게스트 배우를 보는 재미
《입스》는 매회 새로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라 게스트 배우의 비중이 큽니다.
1화 트린들 레이나를 시작으로 후지와라 키세츠,
츠카모토 타카시,
카시이 유우,
와타베 아츠로,
스즈키 아미,
무라카미 카나코,
안 미카,
하기와라 리쿠,
노무라 슈헤이 등이 등장합니다.
이름만 보면 상당히 화려합니다.
특히 범인이 먼저 공개되는 구조에서는 게스트 배우가 사실상 그 회차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사람이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가'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가'가 중요해집니다.
이 방식 덕분에 좋아하는 일본 배우가 게스트로 등장하는 회차만 골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4화의 몽블랑 사건도 《입스》답다
4화는 디저트 가게가 사건의 중심입니다.
인기 어레인지 몽블랑으로 유명한 파티스리 'Ebahi'의 오너가 사망합니다.
처음에는 사고처럼 보입니다.
정전된 가게에서 바닥에 떨어진 크림을 밟고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코와 모리노는 조금씩 이상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입스》의 트릭은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처음부터 엄청난 장치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공간과 물건을 이용합니다.
사우나,
디저트,
법정,
엘리베이터 같은 평범한 장소가 범행의 무대가 됩니다.
그래서 복잡한 추리보다 가볍게 따라가기 좋습니다.

5화 와타베 아츠로의 법정화가 사건
5화에서는 와타베 아츠로가 게스트로 등장합니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아내를 잃은 법정화가입니다.
자신의 아내와 관련된 사건의 변호사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결국 복수를 실행합니다.
문제는 범행이 벌어진 시간에 본인이 법정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회차에서는 '법정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다른 장소에서 살인을 저질렀는가'라는 트릭이 핵심이 됩니다.
《입스》가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이런 구조입니다.
범인은 압니다.
동기도 어느 정도 압니다.
그러니 시청자는 복잡한 인물관계를 외울 필요 없이 트릭 하나에 집중하면 됩니다.
그래서 편하게 볼 수 있다
《입스》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머리를 너무 많이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추리가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범행 방법을 보여주고,
미코와 모리노가 작은 모순을 발견하고,
범인이 만들어놓은 논리를 하나씩 무너뜨립니다.
여기에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대화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무거운 미스터리를 원하는 날보다,
가볍게 한 편씩 보고 싶은 날에 잘 어울립니다.
한 회 사건이 끝나면 대부분 깔끔하게 정리되기 때문에 연속해서 몰아보지 않아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큰 사건'은 조금 아쉽다
여기서 이 작품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 나옵니다.
매회 사건은 있습니다.
범인도 있고,
트릭도 있습니다.
하지만 11화를 관통하면서 시청자를 강하게 끌고 가는 중심 미스터리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물론 미코가 글을 쓰지 못하게 된 이유와 모리노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과거 사건과 미코의 동생 케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합니다.
문제는 그동안 쌓아온 기대에 비해 마지막의 충격이 아주 크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매회 범인을 보여주는 것은 괜찮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범인 선공개' 방식 자체는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입스》의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범인을 찾는 대신 트릭을 푸는 방식이라 부담이 적습니다.
문제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질문이 조금 약하다는 것입니다.
미코와 모리노가 왜 입스에 빠졌는가.
두 사람은 다시 원래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는가.
케이는 과거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이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강한 반전이나,
앞의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가 있었다면 작품 전체의 인상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매회 재미있게 봤는데 마지막에 거대한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범인을 알고 보는 드라마의 원조를 떠올리게 한다
《입스》의 공식 소개에서도 《후루하타 닌자부로》를 연상시키는 도서 미스터리 구조라는 점이 언급됐습니다.
실제로 보면 그 영향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후루하타 닌자부로》 역시 시청자가 범인을 먼저 압니다.
재미는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후루하타가 어떻게 범인의 완벽한 범죄를 무너뜨리느냐에 있었습니다.
다만 《입스》는 훨씬 가볍습니다.
추리의 날카로움보다 캐릭터와 대화의 비중이 큽니다.
미코와 모리노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버디 코미디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정통 추리물을 기대하기보다는 '가벼운 미스터리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보는 편이 이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드라마 속 도쿄, 특별한 관광지보다 생활 공간이 중심
《입스》는 특정 관광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여행형 드라마는 아닙니다.
사건에 따라 사우나,
디저트 가게,
법원,
방송국,
사무실,
빌딩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이 작품에서 장소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트릭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어디에 출입구가 있는지,
어떤 물건이 놓여 있는지,
사람이 언제 이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입스》의 촬영지를 따라가는 여행은 《롱 베케이션》이나 《카네이션》처럼 특정 장소 하나를 찾아가는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2024년의 도쿄와 수도권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한 현대 미스터리의 풍경을 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작품 속 음식은 주인공이 아니라 사건의 소품
음식 드라마는 아니지만 음식도 종종 재미있는 장치로 등장합니다.
특히 첫 회 사우나 시설의 식당 메뉴에는 장난스러운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작은 농담은 방영 당시 SNS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4화에서는 아예 몽블랑을 만드는 파티스리가 사건의 무대가 됩니다.
이 드라마의 음식은 맛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인물의 직업을 보여주거나,
범행의 단서를 만들거나,
배경에 작은 농담을 숨기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화면 구석을 유심히 보는 것도 《입스》를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제가 AARON의 《페이스》
《입스》의 주제가는 AARON의 《フェイス(Face)》입니다.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쓰인 곡입니다.
AARON은 작품의 대본을 읽고 미코와 모리노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음악 역시 살인사건 자체보다 두 주인공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하던 일을 갑자기 할 수 없게 됐을 때,
사람은 자신의 능력 자체를 의심하게 됩니다.
《입스》는 코미디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제목과 주제가까지 따라가 보면 결국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24년 일본에서의 반응
《입스》는 2024년 4월 12일부터 후지TV 금요일 밤 9시 시간대에 방송됐습니다.
방송 전부터 시노하라 료코와 바카리즈무의 첫 연기 호흡이라는 점이 관심을 받았습니다.
첫 회 방송 뒤 무료 다시보기 반응은 상당히 빨랐습니다.
후지TV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화는 2024년 4월 18일까지 TVer와 FOD 합계 219만 회 이상의 무료 다시보기 재생을 기록했습니다.
즐겨찾기 등록도 55만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당시 SNS에서는 두 주인공의 조합과 대화뿐 아니라 화면 곳곳에 숨겨놓은 작은 농담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즉 초반 반응에서 시청자들이 주목했던 것도 복잡한 살인 트릭보다는 캐릭터와 코미디였습니다.
이 점은 작품을 끝까지 보고 난 뒤의 인상과도 꽤 연결됩니다.
《입스》가 조금 더 강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지점
결국 이 작품의 매력은 캐릭터입니다.
시노하라 료코가 연기하는 말 많은 미스터리 작가.
바카리즈무가 연기하는 무표정한 엘리트 형사.
두 사람이 만나면 대화의 리듬이 생깁니다.
여기에 매회 새로운 게스트 범인이 등장하고,
시청자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트릭이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가볍습니다.
편합니다.
종종 웃깁니다.
그런데 시즌 전체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조금 아쉽습니다.
중심 사건이 좀 더 강했다면 어땠을까요.
1화부터 뿌려놓은 작은 단서들이 마지막 사건에서 하나로 연결되고,
그동안 해결했던 사건들의 일부까지 마지막 미스터리와 연결됐다면 상당히 다른 작품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입스》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그 캐릭터를 충분히 큰 사건 속에 던져 넣지는 않은 느낌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실패한 드라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이 선택한 방향은 무거운 본격 미스터리가 아니라 '미스터리 코미디'이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즐기는 일본 추리 드라마를 찾는다면
무거운 살인사건과 복잡한 인간관계가 계속되는 추리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입스》는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범인을 알려줍니다.
그러니 범인을 맞혀야 한다는 부담이 없습니다.
대신 어떻게 트릭을 깨는지를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코와 모리노가 계속 티격태격합니다.
시노하라 료코와 바카리즈무의 캐릭터도 좋습니다.
소메타니 쇼타를 비롯한 조연과 매회 바뀌는 게스트 배우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강렬한 반전이나 마지막에 모든 것이 뒤집히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가벼운 트릭.
편하게 볼 수 있는 전개.
그리고 조금 아쉬운 큰 이야기.
《입스》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은 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점이 3점대 후반에 머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꽤 재미있게 봅니다.
그런데 끝난 뒤 생각해 보면,
'이 두 캐릭터로 조금 더 굉장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남습니다.
아마 그것이 《입스》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가장 아쉬운 지점일 겁니다.
작품 개요
한국 제목 : 입스
원제 : イップス
영문 제목 : Yips
제작국 : 일본
방송사 : 후지TV
방송연도 : 2024년
방송 시작 : 2024년 4월 12일
최종회 : 2024년 6월 21일
회차 : 총 11화
장르 : 미스터리, 코미디, 버디 드라마
주연 : 시노하라 료코, 바카리즈무
주요 출연 : 소메타니 쇼타, 와타나베 다이치, 미카타 료스케, 카츠무라 마사노부, 카쿠타 아키히로, 야모토 유마
각본 : 오쿠라, 모리 하야시, 나카조노 유야
연출 : 카케히 마사야, 나미키 미치코, 아이자와 히데유키
음악 : 노자키 미나미
주제가 : AARON 《フェイス》
별점 ★ 3.6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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