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꽤 익숙한 일본 청춘 로맨스처럼 보입니다.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사랑 때문에 외모를 바꾸고, 조금씩 자신감을 얻습니다.
그러다 취업과 함께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깁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몇 분이 지나고 나면 앞서 봤던 장면들의 의미가 전부 달라집니다.
영화가 끝났는데 머릿속에서는 오히려 영화가 다시 시작됩니다.
'잠깐, 그러면 그 장면이 그 뜻이었어?'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바로 그 순간에 있습니다.

2015년 일본에서 개봉한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이누이 구루미의 동명 소설을 쓰쓰미 유키히코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오랫동안 '영상화하기 어려운 소설'로 불렸습니다.
소설의 구조와 독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이용한 트릭이 작품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다는 것 자체가 꽤 흥미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느껴지는 감정도 단순히 '반전이 놀랍다'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 이야기이고, 누군가에게는 연애의 잔혹함에 관한 이야기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됩니다.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관객을 속이는 영화
영화의 시대는 1980년대 후반입니다.
장소는 일본 시즈오카.
대학생 스즈키는 친구들과 나간 미팅에서 치과조무사 마유를 만납니다.
소심하고 뚱뚱하며 연애에도 익숙하지 않은 스즈키에게 마유는 그야말로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마유 역시 스즈키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됩니다.

스즈키는 마유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옷을 바꾸고 헤어스타일도 바꿉니다.
사랑이 한 사람의 생활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이야기를 'Side-A'라고 부릅니다.
카세트테이프와 레코드에 A면과 B면이 존재했던 시대답게 영화 역시 사랑을 두 개의 면으로 나눠 보여줍니다.

Side-B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스즈키는 취업 후 도쿄 본사로 발령받습니다.
마유는 시즈오카에 남습니다.
두 사람은 주말마다 시즈오카와 도쿄를 오가며 관계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람 사이의 감정까지 바꿔놓습니다.
도쿄에서 스즈키는 직장 동료 이시마루 미야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 관객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 남자가 마유를 만나 변화했고, 취업했고, 도쿄로 떠났으며,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서 첫사랑이 흔들렸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믿음이 영화가 설치한 가장 큰 함정입니다.
제목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무슨 뜻일까
Initiation은 입문, 시작, 통과의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Initiation Love'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을 배우는 통과의례 같은 연애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영원히 지속될 사랑이라기보다는 다음 단계의 사랑으로 가기 전에 경험하는 첫 번째 관계에 가깝습니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상처받고, 헤어지고, 그 과정을 통해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제목을 알고 영화를 다시 보면 조금 씁쓸합니다.
우리는 첫사랑을 특별한 것으로 기억하려 하지만 상대에게도 반드시 같은 의미였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스포일러, 마지막 5분의 비밀
영화의 마지막에서 드러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Side-A와 Side-B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한 남자의 연속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유에게는 같은 '스즈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두 남자가 있었습니다.
Side-A에서 마유와 사랑에 빠지는 통통하고 순진한 대학생 스즈키와 Side-B에서 마츠다 쇼타가 연기하는 스즈키는 동일 인물이 아닙니다.
관객이 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시간선으로 연결하도록 영화가 교묘하게 정보를 배치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수많은 장면이 머릿속에서 다시 배열됩니다.
날짜와 요일.
전화.
선물.
약속.
말투.
만나는 시간.
그리고 마유의 행동까지.
처음에는 단순한 연애 장면처럼 지나갔던 것들이 사실은 모두 시간표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반전을 숨겨놓고 마지막에 꺼내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처음부터 화면 속에 있었습니다.
관객이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두 번째 관람이 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첫 번째에는 연애를 보게 되고, 두 번째에는 시간표를 보게 됩니다.
마유는 과연 어떤 여자였을까
반전이 밝혀지고 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인물이 마유입니다.
처음에는 사랑스럽고 조금은 응석받이 같은 여자친구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순서를 다시 맞추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얼굴이 나타납니다.
마유가 누구를 언제 만났는지 생각하게 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던 행동에도 다른 의미가 생깁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다시 봤다고 해서 마유를 간단히 '악녀'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스즈키 역시 도쿄에서 미야코에게 흔들립니다.
결국 이 영화는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판정하는 이야기보다는 연애 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관계를 이해하는지를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스즈키의 시선으로 연애를 따라갑니다.
두 번째 관람에서는 마유의 시간을 추적하게 됩니다.
그 변화가 꽤 재미있습니다.
1980년대 일본이 또 하나의 주인공인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에서 1980년대는 단순한 복고풍 장식이 아닙니다.
스마트폰도 없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도 없던 시대였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약속 장소와 시간을 미리 정해야 했습니다.
연락은 집 전화나 공중전화에 의존해야 했고, 멀리 떨어진 연인은 지금처럼 하루 종일 서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 환경은 영화의 반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스마트폰 시대였다면 위치 공유, 메시지 기록, 사진, SNS 같은 흔적이 너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감춰지기 쉬웠습니다.
자동차도 중요합니다.
당시 젊은 세대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인 동시에 데이트 공간이었습니다.
카스테레오에서 음악이 흐르고, 연인은 차를 타고 바다와 교외로 나갑니다.

마츠다 쇼타, 스즈키의 세련됨과 허술함
마츠다 쇼타는 1985년생으로 영화 개봉 당시 29~30세였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Side-B의 스즈키는 세련되어 보이지만 연애에서는 상당히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도쿄라는 새로운 공간과 직장 생활, 미야코라는 새로운 여성이 그의 일상을 바꿉니다.

마츠다 쇼타는 이미 〈꽃보다 남자〉, 〈라이어 게임〉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였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특유의 도시적인 분위기를 이용하면서도 어딘가 어설픈 1980년대 직장인 남성의 모습을 섞어냅니다.
특히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과 정장은 지금 보면 묘하게 낯설면서도 영화의 시대를 단번에 설명해 줍니다.
최근에는 예전처럼 연속극과 영화에 매우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활동 방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배우이자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꾸준히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에다 아츠코, 영화를 두 번 보게 만드는 마유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배우를 한 명 꼽는다면 마에다 아츠코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AKB48의 대표 멤버였던 그는 그룹 졸업 이후 배우 활동을 본격화했고, 〈이니시에이션 러브〉에서는 자신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표정과 말투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생깁니다.
배우가 같은 연기를 했는데 관객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도 마에다 아츠코는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무대 〈포르노〉 출연 소식이 공식 발표됐고, 데뷔 20주년을 전후한 팬 이벤트와 활동도 이어졌습니다.
아이돌 시절의 '마에다 아츠코'에서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해온 현재의 모습까지 생각하면 이 영화 역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흥미로운 지점으로 남습니다.

미야코 역의 기무라 후미노
도쿄에서 스즈키의 마음을 흔드는 이시마루 미야코 역은 기무라 후미노가 맡았습니다.
미야코는 단순한 삼각관계용 인물처럼 등장하지만 영화 전체를 다시 보면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스즈키가 마유와의 관계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연애는 한쪽 사람만 배신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기무라 후미노는 이후에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2026년 공식 사이트 기준으로 Netflix 영화 〈시티헌터 2〉 출연, VR 영화 〈列〉, NHK 프로그램과 내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이 확인됩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는 재미입니다.

영화 속 음악,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던 일본의 1980년대
이 작품에서 음악은 거의 시대를 설명하는 내레이션 역할을 합니다.
원작부터 A면과 B면이라는 구조를 사용했고 각 장의 제목에도 당시 음악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역시 1970~80년대 일본 대중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모리카와 유카리의 〈SHOW ME〉, 오프코스의 〈Yes-No〉, 1986 OMEGA TRIBE의 〈君は1000%〉, C-C-B의 〈Lucky Chanceをもう一度〉, 오타 히로미의 〈木綿のハンカチーフ〉 등이 극중에 등장합니다.

특히 〈木綿のハンカチーフ〉는 지방에 남은 여자와 도시로 떠난 남자의 관계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시즈오카와 도쿄 구도와 묘하게 겹칩니다.
영화 음악을 담당한 인물은 가브리엘레 로베르토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음악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진 스코어만이 아니라 그 시대 실제로 흘러나왔던 대중가요들입니다.
영화 개봉에 맞춰 쓰쓰미 유키히코 감독이 감수한 2CD 컴필레이션 음반도 발매됐고 총 36곡이 수록됐습니다.
공식 음원과 영상은 저작권자별로 서비스 상태가 바뀔 수 있으므로 감상 시 Sony Music 등 공식 채널에서 곡명을 검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즈오카, 영화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장소
이 작품의 가장 큰 여행 포인트는 시즈오카입니다.
원작자 이누이 구루미가 시즈오카시 출신이고 시즈오카대학 이학부를 졸업했기 때문에 원작에는 실제 지역의 공간과 지명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등장합니다.
영화 역시 시즈오카 곳곳에서 촬영됐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시즈오카를 걸으면 허구의 공간을 찾아가는 느낌보다 1980년대의 기억 위에 현재의 도시가 겹쳐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두 사람이 데이트했던 도키와 공원
대표적인 장소가 시즈오카시 아오이구의 도키와 공원입니다.
마유와 스즈키의 데이트 장면에 등장하는 분수가 있는 공원입니다.
밤에는 분수와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낮과 다른 분위기를 만듭니다.
영화에서는 이 공간이 연애 초반의 설렘을 보여주는 장소로 사용됩니다.


도키와 공원에서 아오바 심볼로드 쪽으로 걸으면 시즈오카 중심가를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1980년대와 비교하면 주변 상점과 건물은 크게 달라졌지만 거리의 축과 공원이라는 공간은 남아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걷던 동선을 현재 여행자가 다시 걸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니시에이션 러브〉다운 촬영지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갈 수 있는 KITCHEN & BISTRO
마유와 스즈키가 데이트하는 장면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가 시즈오카시 시미즈구의 KITCHEN & BISTRO 光輪입니다.
1972년 문을 연 오래된 양식당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2026년 현재도 영업이 확인됩니다.

[이미지 20 KITCHEN & BISTRO 光輪 외관과 영화 촬영 당시 모습]
주소는 시즈오카시 시미즈구 이리후네초 7-10.
현재 알려진 대표 메뉴에는 햄버그스테이크, 오므라이스, 카레, 치즈퐁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단순히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이 아니라 실제 촬영에 사용된 장소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시즈오카에서 〈이니시에이션 러브〉 촬영지 여행을 한다면 영화와 음식을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영업시간과 휴무일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직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속 음식은 화려하지 않아서 더 1980년대답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음식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음식 자체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마시며 데이트했는가'가 중요합니다.
초기 데이트에서는 맥도날드에 들어가 콜라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등장합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평범하지만 당시 젊은 남녀에게 패스트푸드점은 꽤 현대적인 데이트 공간이었습니다.
양식 레스토랑 역시 중요합니다.
햄버그스테이크와 오므라이스 같은 일본식 양식은 쇼와 후기 젊은 세대의 외식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래서 촬영지인 光輪에서 현재도 햄버그나 오므라이스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습니다.
영화 속 데이트의 기억이 음식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바다 장면은 어디에서 촬영했을까
영화의 해변 장면은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의 나가하마 해변 일대에서 촬영됐습니다.
아타미시 공식 로케이션 자료에서도 〈이니시에이션 러브〉 촬영지로 나가하마 해변공원과 MOA 오히토 농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즈오카역에서 바로 붙어 있는 장소는 아니므로 촬영지 여행을 계획한다면 시즈오카 시내와 아타미·이즈 지역을 나눠 움직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시즈오카 시내에서는 도키와 공원과 중심가를 걷고, 별도 일정으로 아타미와 이즈 지역을 연결하면 영화의 도시와 바다를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옷과 헤어스타일을 보면 1980년대가 보인다
스즈키가 마유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바꾸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패션입니다.
당시 일본 남성 패션 특유의 넉넉한 실루엣, 재킷과 셔츠, 헤어스타일이 등장합니다.
특히 테크노컷 계열의 머리는 지금 보면 시대극의 소품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성 패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유의 옷과 헤어스타일에는 버블경제 직전과 절정기로 향하던 일본 젊은 여성들의 분위기가 묻어납니다.
이 작품이 2015년에 제작됐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힘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자동차, 전화기, 옷, 음악, 술집, 패스트푸드점까지 하나씩 모이면 영화 전체가 거대한 1980년대 타임캡슐처럼 보입니다.
일본 개봉 당시 반응은 어땠을까
영화는 2015년 5월 23일 일본에서 개봉했습니다.
개봉 규모는 전국 281개 스크린이었고 최종 흥행수입은 약 13억 엔대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도 '영상화 불가능'이라고 평가받던 베스트셀러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구현했는지가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원작은 영화 개봉 무렵 이미 1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새롭게 소개한 작품이라기보다 '그 유명한 소설의 트릭을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기대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홍보 역시 '마지막 몇 분'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로맨스 영화처럼 출발하지만 마지막에 장르 자체가 뒤집힌다는 점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입소문 요소였습니다.
흥행수입 13억 엔대라는 결과도 이 작품이 단순한 실험적인 원작 영화에 머물지 않고 상업적으로도 상당한 관객을 만났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영화는 '시간'에 관한 영화인지도 모릅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보고 나면 반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는 것은 그 반전을 가능하게 만든 시대입니다.
연락하기 어려웠던 시대.
약속을 믿고 기다려야 했던 시대.
자동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데이트하던 시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하루를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시대입니다.

그 시대였기에 마유의 두 개의 시간이 가능했고, 관객 역시 그것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반전은 단순한 각본 장난만은 아닙니다.
1980년대라는 시대 자체가 트릭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 제목도 다시 보입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
평생의 사랑이 아니라 다음 사랑으로 넘어가기 전에 통과하는 사랑.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꾼 첫사랑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러 사랑 가운데 하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 비대칭이 이 영화의 가장 씁쓸한 부분입니다.
반전의 구조는 재미있고 기발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연애를 들여다보면 꽤 현실적입니다.
사랑이 시작될 때 두 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그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같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별점 3.7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꽤 어울립니다.
완벽한 로맨스도 아니고 완벽한 미스터리도 아니지만, 마지막 몇 분 때문에 앞선 두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영화입니다.
한 번 보고 끝나는 영화보다 '알고 다시 보면 달라지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 뒤 시즈오카를 찾아간다면 더 흥미로워집니다.
마유와 스즈키가 걸었던 공원도 남아 있고, 데이트 장면을 촬영했던 식당도 여전히 영업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사랑은 끝났지만 장소는 남았습니다.
그것이 오래된 영화를 따라 여행하는 재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 개요
한국 제목 : 이니시에이션 러브
원제 : イニシエーション・ラブ
영문 제목 : Initiation Love
국가 : 일본
개봉 : 2015년 5월 23일
장르 : 로맨스 · 미스터리 · 드라마
상영시간 : 약 110분
원작 : 이누이 구루미(乾くるみ) 《イニシエーション・ラブ》
감독 : 쓰쓰미 유키히코(堤幸彦)
각본 : 이노우에 테테(井上テテ)
음악 : 가브리엘레 로베르토
주요 출연 :
마츠다 쇼타 - 스즈키
마에다 아츠코 - 나루오카 마유코(마유)
기무라 후미노 - 이시마루 미야코
모리타 칸로 - 스즈키 유키
미우라 타카히로 - 카이도
주요 배경 : 일본 시즈오카·도쿄
주요 촬영 지역: 시즈오카시·아타미·이즈 지역·도쿄 근교 등
일본 흥행수입: 약 13억 엔대
주요 촬영지 :
도키와 공원
KITCHEN & BISTRO 光輪
시즈오카현립미술관 주변
나가하마 해변공원 등
음악 :
SHOW ME - 모리카와 유카리
Yes-No - 오프코스
君は1000% - 1986 OMEGA TRIBE
木綿のハンカチーフ - 오타 히로미 등
별점 ★ 3.7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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