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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작품

일본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 , 아리무라 카스미, 야쿠시마루 히로코 배우 근황과 촬영지 그리고 시간을 되돌리는 커피 이야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한 명쯤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 겁니다.
다시 만나 사과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도 이미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 어떨까요?

2018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는 바로 그 이상한 조건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이미 떠난 사람이 현실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굳이 과거로 돌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는 그 질문에 약 두 시간 동안 네 개의 이야기를 겹쳐놓으며 대답합니다.
바뀌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일 수 있다고 말이죠.

《커피가 식기 전에》 일본 개봉 당시 공식 포스터

 


커피가 식기 전에, 어떤 영화일까 

일본어 원제는 《コーヒーが冷めないうちに》입니다.
직역해도 우리말 제목과 거의 같은 ‘커피가 식기 전에’라는 뜻입니다.

영화는 2018년 9월 21일 일본에서 개봉했고, 상영시간은 116분입니다.
감독은 츠카하라 아유코(塚原あゆ子), 각본은 오쿠데라 사토코(奥寺佐渡子)가 맡았습니다.

주연은 아리무라 카스미(有村架純).
그녀가 신비한 카페 ‘푸니쿨리 푸니쿨라’에서 일하는 토키타 카즈를 연기합니다.

원작은 가와구치 도시카즈(川口俊和)의 소설 《커피가 식기 전에》와 후속작 《거짓말이 보이기 전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소설로 태어난 작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와구치 도시카즈가 무대를 위해 만든 이야기가 먼저 있었고, 이후 소설로 옮겨지면서 훨씬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소설을 거쳐 영화까지 도착한 셈입니다.

영화의 원작, 가와구치 도시카즈의 소설 《커피가 식기 전에》 한국어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이상한 카페

영화의 대부분은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오래된 카페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곳에는 도시전설 같은 소문이 있습니다.
카페의 특정한 자리에 앉으면 원하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황당할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현재의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카페 밖으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 카페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을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카즈가 따라준 커피가 식기 전까지뿐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특별한 자리, 카페 ‘푸니쿨리 푸니쿨라’


처음에는 이런 규칙들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시간여행 영화라면 보통 과거를 바꾸면서 현재가 달라지고, 그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식의 이야기를 예상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정반대입니다.

“과거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 규칙을 처음부터 못 박아버립니다.

그래서 《커피가 식기 전에》는 타임슬립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바꾸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네 번의 시간여행 

※ 여기부터는 주요 이야기와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키요카와 후미코와 카타다 고로입니다.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는 하루(波瑠), 고로는 하야시 켄토(林遣都)가 맡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고로가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남습니다.

후미코는 결국 과거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고로가 미국으로 떠났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짧은 만남을 통해 상대방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사건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건을 해석하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엇갈린 마음을 되돌리려는 후미코와 고로, 하루와 하야시 켄토


두 번째 이야기는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타카타케 카요를 연기한 배우는 야쿠시마루 히로코(薬師丸ひろ子), 남편 후사키 야스노리는 마츠시게 유타카(松重豊)가 연기했습니다.

카요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

시간을 되돌린다는 판타지보다 기억을 잃어가는 부부의 현실이 훨씬 아프게 다가옵니다.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름을 기억해야 사랑하는 것일까요?

영화는 거창한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카요와 곁을 지키는 남편 야스노리, 야쿠시마루 히로코와 마츠시게 유타카


세 번째는 히라이 야에코와 여동생 쿠미의 이야기입니다.

야에코는 요시다 요(吉田羊), 쿠미는 마츠모토 와카나(松本若菜)가 연기합니다.

고향의 가족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야에코에게 동생은 계속 언니를 찾아옵니다.
그러나 야에코는 동생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람은 이상합니다.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는 미루면서 살아갑니다.
전화 한 통도 다음으로 미루고, 사과도 다음으로 미루고, 고맙다는 말도 다음으로 미룹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카페 ‘푸니쿨리 푸니쿨라’에서 손님을 맞는 카즈


이 에피소드에서 카페의 규칙은 가장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과거로 돌아가 동생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야에코는 돌아갑니다.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시간여행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두 번째 인생이 아니라, 한 번의 제대로 된 작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카즈 자신의 시간 

여러 사람을 과거로 보내주던 카즈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카즈는 다른 사람의 시간여행을 돕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카즈와 카페, 그리고 특별한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그 여인을 연기한 배우가 이시다 유리코(石田ゆり子)입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커피를 내리는 토키타 카즈, 아리무라 카스미
과거로 돌아가는 특별한 자리를 지키는 수수께끼의 여인, 이시다 유리코


이 순간 영화의 네 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됩니다.

연인에게 하지 못한 말.
기억을 잃어가는 부부의 마음.
자매 사이에 남은 후회.
그리고 엄마와 딸 사이에 남은 시간.

처음에는 서로 독립된 단편처럼 보였던 이야기들이 결국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왜 하필 ‘커피가 식기 전’일까 

시간여행을 한 시간이나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식을 때까지입니다.

길어야 몇십 분입니다.

그 짧은 시간이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 장치가 됩니다.

만약 과거에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다면 사람은 또 망설일 겁니다.
내일 말해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눈앞의 커피는 계속 식어갑니다.

커피가 식기 전까지만 허락된 시간,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한 잔


커피의 온도가 곧 남은 시간이 됩니다.

평범한 커피잔 하나가 모래시계로 변하는 셈입니다.

그 때문에 등장인물은 가장 중요한 말이 무엇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보고 싶었다.

우리가 평소에는 좀처럼 꺼내지 않는 말들입니다.

영화는 시간을 되돌리는 거대한 기계 대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아둡니다.
이 선택이 《커피가 식기 전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카페일까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곳이 푸니쿨리 푸니쿨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속 설정 그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카페가 실제 관광 명소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중심 공간은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온 카페를 찾아가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는 여행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카페 내부에만 갇혀 촬영된 작품도 아닙니다.
도쿄를 비롯한 실제 장소들이 화면 곳곳에 등장합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대표적인 촬영지 가운데 하나가 도쿄 가쓰시카구의 ‘도립 미즈모토공원(都立水元公園)’입니다.

미즈모토공원에서 마주한 카즈와 료스케의 따뜻한 순간
영화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대로인 풍경, 지금의 미즈모토공원

 


지금도 갈 수 있는 미즈모토공원 

미즈모토공원은 도쿄 동북부 가쓰시카구에 있는 대규모 수변공원입니다.

도쿄도 측의 촬영 지원 기록에도 《커피가 식기 전에》의 촬영 장소로 미즈모토공원이 명시돼 있습니다.

촬영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촬영 허가가 쉽지 않은 이른 새벽 시간대에 촬영이 진행됐고, 사람이 거의 없는 공원의 풍경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영화의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미즈모토공원


현재도 미즈모토공원은 일반인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카페 자체를 방문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바깥 풍경을 실제 도쿄 여행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특히 물과 나무가 넓게 펼쳐진 풍경은 도쿄 도심의 빌딩 숲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영화가 좋아서 도쿄를 여행한다면 미즈모토공원은 ‘커피가 식기 전에 촬영지’라는 하나의 목적지가 될 수 있습니다.


2018년의 아리무라 카스미 

주인공 카즈를 연기한 아리무라 카스미는 1993년생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2018년에는 25세였습니다.

2018년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 토키타 카즈를 연기한 아리무라 카스미


카즈는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는 인물이 아닙니다.
카페 안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지켜보고 커피를 내려주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후반부에 자신의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 감정의 낙차가 커집니다.

아리무라 카스미는 이후에도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로 꾸준히 활동해 왔습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NHK 대하드라마 《어떡할래 이에야스》 등으로 활동 영역을 이어갔습니다.

영화 속 카즈의 모습과 이후 작품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는 배우 자체가 앞으로 나서기보다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주는 중심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아리무라 카스미의 최근 공식 활동 모습]

 


이토 켄타로, 하야시 켄토 그리고 배우들의 현재 

카즈에게 마음을 품는 미대생 신타니 료스케는 이토 켄타로(伊藤健太郎)가 연기했습니다.

1997년생인 그는 촬영 당시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제42회 일본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받았습니다.

2026년에도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영화 《鬼の花嫁》와 《あの星が降る丘で、君とまた出会いたい。》 등에 출연했고,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 신타니 료스케를 연기한 이토 켄타로
《커피가 식기 전에》 이후 8년, 2026년 공식 행사에 참석한 이토 켄타로

고로 역의 하야시 켄토 역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2026년 영화 《教場 Reunion》, 드라마와 무대 등에 출연했고, 9월에도 새로운 영화와 작품 출연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 조금 어수룩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고로의 모습과 지금의 하야시 켄토를 비교하면 8년이라는 시간이 실감납니다.

2018년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 카타다 고로를 연기한 하야시 켄토


그리고 빼놓기 어려운 배우가 야쿠시마루 히로코입니다.

1978년 영화계에 데뷔한 뒤 《세일러복과 기관총》, 《탐정 이야기》, 《W의 비극》 등을 거치며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가수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는 기억을 잃어가는 카요를 연기하면서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스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2026년에도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은 가수 활동 45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콘서트 투어와 오케스트라 베스트 앨범 《ORCHESTRAL JEWELS》 발매 일정도 발표됐습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 카요를 연기한 배우이자 가수, 야쿠시마루 히로코


수수께끼의 여인을 연기했던 이시다 유리코 역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영화 《汝、星のごとく》과 극장판 《TOKYO MER~走る緊急救命室~CAPITAL CRISIS》, WOWOW 드라마 《マイ・スイート・ホーム》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이 공식 발표됐습니다.

2018년 영화 속 카페 한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모습과 최근 활동 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이 영화가 벌써 8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이시다 유리코

 


영화 속 음식, 사실 주인공은 커피다 

이 영화에서는 거창한 일본 요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잔의 커피가 영화 전체를 움직입니다.

일본의 ‘킷사텐(喫茶店)’ 문화와 연결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킷사텐은 단순히 커피를 사서 나오는 공간이라기보다 커피와 함께 일정한 시간을 보내는 장소였습니다.
오래된 목재 가구와 어두운 조명, 작은 테이블,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중요한 공간이죠.

푸니쿨리 푸니쿨라 역시 현대적인 테이크아웃 카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시간을 천천히 내려 마시는 공간, 일본의 전통적인 킷사텐과 핸드드립 커피 문화


영화에서 커피는 음료이면서 시간입니다.

뜨거운 커피가 식는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뜻이고,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화려한 디저트보다 조용한 일본 킷사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셔보고 싶어집니다.

영화 속 카페와 직접 연결된 실제 음식점을 억지로 찾아 소개하는 것보다는, 도쿄 여행에서 오래된 킷사텐 문화를 경험해 보는 편이 이 작품과 훨씬 잘 어울립니다.


영화의 음악, YUKI의 ‘트로이메라이’ 

영화 음악은 요코야마 마사루(横山克)가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엔딩을 장식하는 주제곡은 YUKI의 《トロイメライ》, ‘트로이메라이’입니다.

이 곡은 기존 노래를 영화에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커피가 식기 전에》를 위해 만들어진 곡입니다.

YUKI는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뒤 곡을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로이메라이(Traumerei)’는 독일어로 꿈이나 몽상을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영화의 판타지와도 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노래가 향하는 곳은 과거가 아니라 결국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에 더 가깝습니다.

 

YUKI 공식 YouTube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의 주제가 《トロイメライ》를 부른 YUKI, 2018년

 

영화가 끝난 뒤 이 노래가 흐르면 네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감정으로 정리됩니다.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품은 채 앞으로 걸어가는 것.

영화의 결론과 음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었을까 

《커피가 식기 전에》는 2018년 9월 21일 일본에서 전국 305개관 규모로 개봉했습니다.

개봉 첫 주말 일본 관객동원 순위에서 2위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장기적으로 관객을 모으며 10월 중순에는 관객 95만 명과 흥행수입 12억 엔을 넘어섰고, 11월 중순 집계에서는 누적 관객 약 114만 명, 흥행수입 약 14억5천만 엔까지 기록됐습니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감성 드라마로서는 상당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흥행은 원작에도 다시 영향을 줬습니다.

원작은 애초 무대에서 출발해 소설로 옮겨졌고, 영화 공개 이후에는 소설을 읽지 않았던 관객까지 책을 찾으면서 다시 판매가 이어졌습니다.

무대 → 소설 → 영화 → 다시 소설.

콘텐츠가 매체를 옮겨 다니며 독자를 확장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4번 운다’는 영화, 정말 네 번 울게 될까 

일본에서 이 작품을 홍보할 때 강하게 사용된 표현 가운데 하나가 ‘4回泣ける’, 즉 ‘네 번 울 수 있다’는 문구였습니다.

네 개의 주요 사연이 있으니 그때마다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의미였겠죠.

하지만 모든 관객이 정확히 네 번 울 수 있는 영화라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부부 이야기가 가장 아플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매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올 겁니다.
부모와 헤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카즈의 이야기가 오래 남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가진 힘은 ‘몇 번 울었느냐’보다 그 네 가지 이야기가 서로 다른 관계를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연인.
부부.
자매.
부모와 자식.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말을 하지 못하고 후회하게 되는 관계들입니다.


과거가 바뀌지 않는데 왜 돌아가야 할까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타임슬립 영화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과거를 바꾸면서 현재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커피가 식기 전에》에서는 그것을 금지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도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여행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요?

영화는 반대로 이야기합니다.

사건이 변하지 않아도 사람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변하면 앞으로의 삶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를 바꾸는 대신 미래를 살아갈 사람을 바꾸는 시간여행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SF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타임머신도 없습니다.
거대한 특수효과도 없습니다.

낡은 카페의 의자 하나와 커피잔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특별한 커피를 내리는 카즈, 카페 ‘푸니쿨리 푸니쿨라’

 


2018년 일본의 옷과 공간도 한번 살펴보면 

이 작품은 시대극이 아니기 때문에 의상 자체가 강하게 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점이 흥미롭습니다.

2018년 일본 도시 생활의 평범한 직장인 옷차림, 대학생 스타일, 오래된 킷사텐의 인테리어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후미코의 직장인 스타일과 카즈의 차분한 옷차림, 료스케의 젊은 대학생 패션은 각 인물의 성격을 설명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카페는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공간이라기보다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그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현대적인 도시 풍경보다 컵, 접시, 테이블, 의자, 조명 같은 오래된 물건들이 훨씬 강하게 기억됩니다.

2018년 《커피가 식기 전에》가 담아낸 카페 인테리어와 등장인물들의 의상


이런 공간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같은 테이블 위에서 겹쳐지는 설정도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시간여행이 일어나는 장소가 번쩍이는 연구실이었다면 이 영화의 감정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지금 다시 보면 조금 다른 영화 

2018년 개봉 당시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카페’라는 설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면 오히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크게 남습니다.

누군가와 헤어진 뒤 우리는 대화를 머릿속에서 다시 만들어보곤 합니다.

그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한 번만 더 만났더라면.
미안하다고 했더라면.
고맙다고 했더라면.

《커피가 식기 전에》는 그 상상을 영화 속에서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면서도 관객이 원하는 가장 쉬운 기적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은 살아나지 않습니다.
떠난 사람의 과거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냉정한 규칙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가 지나치게 달콤해지지 않습니다.


필름 여행의 마지막, 커피가 아직 따뜻할 때 

《커피가 식기 전에》를 보고 나면 영화 속 카페보다 오히려 현실의 누군가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입니다.

우리는 영화 속 카페에 갈 수 없습니다.
미즈모토공원은 찾아갈 수 있어도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특별한 의자에 앉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마지막 선택은 현실에서도 가능합니다.

아직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보고 싶다고.

그 말을 굳이 과거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도록 말입니다.

별점 4.2점이라는 평가는 이 작품의 따뜻한 정서와 네 개의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을 높게 보면서도, 감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에는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거리감을 함께 남기는 점수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끝나면 과거보다 오늘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제목 속 ‘커피가 식기 전에’라는 말은 카페의 규칙만을 뜻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언젠가는 식어버리니까요.

커피가 아직 따뜻할 때.

그리고 사람이 아직 곁에 있을 때.


작품 개요 

한국 제목 : 커피가 식기 전에
원제 : コーヒーが冷めないうちに
영문 제목 : Café Funiculi Funicula
국가 : 일본
개봉 : 2018년 9월 21일
상영시간 : 116분
장르 : 판타지·드라마
감독 : 츠카하라 아유코(塚原あゆ子)
각본 : 오쿠데라 사토코(奥寺佐渡子)
원작 : 가와구치 도시카즈(川口俊和)
음악 : 요코야마 마사루(横山克)
주제곡 : YUKI 〈トロイメライ〉
배급 : 도호(東宝)

주요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 토키타 카즈
이토 켄타로 - 신타니 료스케
하루 - 키요카와 후미코
하야시 켄토 - 카타다 고로
후카미 모토키 - 토키타 나가레
마츠모토 와카나 - 히라이 쿠미
야쿠시마루 히로코 - 타카타케 카요
요시다 요 - 히라이 야에코
마츠시게 유타카 - 후사키 야스노리
이시다 유리코 - 카페의 수수께끼 같은 여인

주요 촬영 지역 :
도쿄 및 수도권 일대
도립 미즈모토공원 등


별점 4.2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