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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작품

일본 드라마 〈카네이션〉 줄거리와 실제 모델|세 딸, 미치코 런던, 기시와다의 시간이 이어지는 이야기

‘카네이션’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어떤 드라마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꽃을 앞세운 잔잔한 가족극을 예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한 여성이 옷을 만드는 일을 붙잡고 거의 한 세기를 건너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낯설어 오래 미뤄두었다가 보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기시와다의 작은 양장점에서 벌어지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멀리 뻗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시청 경험이 내내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전쟁을 다루는 중반부에는 불편함과 짜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시기를 지난 뒤 세 딸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드라마의 무게중심이 다시 움직입니다.
특히 셋째 딸과 ‘미치코 런던’이라는 익숙한 브랜드의 관계를 알고 나면, 앞에서 보았던 가족 장면을 되짚게 됩니다.
〈카네이션〉은 바로 그런 뒤늦은 발견의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기시와다 상점가에 복원된 ‘양재 코시노’의 모습
방송사 공식 포스터

 


■ 〈카네이션〉은 어떤 드라마인가요? 

〈카네이션〉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방송된 NHK 아침 연속극입니다.
총 151회이며 한 회가 약 15분입니다.


회당 길이만 보면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만, 

모든 회차를 따라가면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각본은 와타나베 아야가 썼습니다.

주인공 오하라 이토코의 어린 시절은 니노미야 아카리, 성인 시절은 오노 마치코, 노년은 나쓰키 마리가 연기합니다.
이토코의 아버지 젠사쿠 역은 고바야시 가오루, 어머니 치요 역은 아소 유미가 맡았습니다.
긴 세월을 여러 배우가 나누어 연기하지만, 이토코가 좋아하는 일에 뛰어드는 기질은 이야기 전반을 관통합니다.

드라마는 패션 디자이너 고시노 아야코의 삶과 그의 세 딸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화면 속 오하라 가족은 실제 고시노 가족과 이름부터 다릅니다.
실존 인물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든 드라마이므로 모든 사건이나 대화를 실화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무엇이 작품 속 이야기이고 무엇이 실제 인물의 활동인지 구분해 보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 이후에는 세 딸의 성장과 후반부 전개를 다룹니다.

재봉틀을 처음 접한 후 신기해하는 이코토


■ 줄거리|옷을 좋아하던 아이가 자기 가게를 갖기까지 

어린 이토코가 자라는 곳은 오사카부 남부의 기시와다입니다.
단지리 축제가 열리면 온 거리가 움직이는 듯한 도시에서 이토코는 정해진 여성의 역할에 얌전히 들어맞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먼저 몸이 움직이고, 어른의 반대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가 양장을 만나면서 자신이 오래 붙잡을 일을 발견합니다.

그렇다고 옷이 좋다는 마음만으로 곧장 양장점을 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느질을 배우고, 가게에서 일하고, 손님이 원하는 옷을 만들어야 합니다.
멋진 옷을 떠올리는 순간과 실제 치수를 재고 천을 다루는 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드라마는 그 거리를 생략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돈벌이가 되고 가게가 생계의 중심이 되는 과정이 이토코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가족 역시 이야기에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부딪히고, 결혼해 세 딸을 키우며, 가게의 일을 계속 꾸려갑니다.
이토코에게 일과 가족은 따로따로 끝나는 과제가 아닙니다.
바쁜 날에도 손님을 맞아야 하고 집안에 일이 생겨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수십 년에 걸쳐 다루기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중반의 전쟁은 그 일상에 깊이 들어옵니다.
전후가 되면 이토코는 상실을 겪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일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습니다.
이후 딸들이 성장하면서 어머니에게서 가까이 보아 온 옷과 일의 세계에 각자의 방식으로 들어섭니다.
처음에 시작한 ‘한 여자의 양장점 이야기’가 어느새 다른 세대의 선택까지 포괄하게 됩니다.

기시와다에서 자라는 어린 주인공
암시장에서 물방울 문양의 푸른 옷감을 들어 살펴보는 이토코

 


■ 전쟁 부분을 볼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오래 따라가는 시대극에는 피하기 어려운 시간이 있습니다.
〈카네이션〉에서도 전쟁이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올 때 시청자의 마음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청자라면 당시 일본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비극을 어떤 거리에서 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대목을 불편하게 느꼈다는 반응을 작품 감상에서 지워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드라마는 이토코의 가족과 이웃, 가게의 생활이 전쟁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갑니다.
그 장면을 본다고 당시의 역사적 책임까지 드라마가 충분히 설명해 준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작품이 어떤 사람의 고통을 보여주는 방식과 실제 역사 전체를 바라보는 일은 서로 구분해야 합니다.
불편함을 품은 채 보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이토코의 삶만 놓고 보면 이 시기를 건너뛰기 어렵습니다.
일하는 조건과 가족의 관계가 변하고, 전후의 이토코가 왜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는지도 그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편하게 볼 수 없는 부분이지만 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구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불편함 자체가 이 작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기모노 차림의 이토코 앞에 푸른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성

 


■ 세 딸이 자라면서 달라지는 드라마의 중심 

이토코의 첫째 딸 유코, 둘째 딸 나오코, 셋째 딸 사토코는 같은 집에서 성장하지만 비슷한 인물로 묶이지 않습니다.
서로의 성격이 다르고,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어린 시절에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지나가던 딸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일을 선택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활력을 얻습니다.
후반부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매 사이에는 경쟁과 충돌이 있습니다.
서로를 잘 알기에 응원만 할 수 없는 순간도 생깁니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을 다른 사람의 복사판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딸들이 옷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것이 곧 어머니의 가게를 같은 방식으로 이어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기술과 환경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다른 결과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전개를 알고 앞부분으로 돌아가면 평범하게 지나친 가족 장면에 눈이 갑니다.
이토코가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본 시간이 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지 않은 마음까지 시청자가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뒤의 선택을 알고 다시 보면 딸들의 어린 시절이 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모델을 찾아보면 놀라움은 커집니다.
이토코의 모델 고시노 아야코의 세 딸은 고시노 히로코, 고시노 준코, 고시노 미치코입니다.
세 사람 모두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습니다.
어머니의 양장점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세 자매의 독립적인 디자인 활동으로 뻗어간다는 사실은 드라마 후반부에 또 다른 층을 더합니다.

피아노를 사달라고 조르는 세 딸들과 이토코

 

성인이 된 세 딸이 어머니 이토코 곁에 함께 섰습니다

 


■ 셋째 사토코와 ‘미치코 런던’은 어떻게 연결될까요? 

화면 속 사토코(맨 우측)는 드라마의 인물입니다.
그 인물의 실제 모델이 고시노 미치코입니다.
그리고 미치코는 패션 브랜드 ‘미치코 런던’을 만든 디자이너입니다.
1980~90년대에 이 이름을 접했던 시청자라면 드라마의 셋째 딸이 그 브랜드와 연결된다는 사실에서 뜻밖의 반가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공식 소개에는 고시노 미치코가 1986년 미치코 런던을 설립했다고 나옵니다.
이 사실을 말할 때에는 표현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드라마 속 사토코가 브랜드를 창업했다’가 아니라 ‘사토코의 모델이 된 고시노 미치코가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허구의 인물과 실제 디자이너가 겹치는 지점과 갈라지는 지점을 구별해야 작품도 인물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미치코 런던 로고


브랜드를 아는 사람에게는 순서가 거꾸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옷이나 로고를 기억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 한 드라마를 보다가 그것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셈입니다.
익숙한 이름에 예상치 못한 가족의 역사가 생깁니다.
이런 발견은 드라마를 다 본 뒤 검색을 이어가거나 장면을 다시 보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히로코와 준코, 미치코를 모두 하나의 ‘고시노 자매’라는 이름으로 묶으면 편하지만, 

세 사람의 활동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카네이션〉이 보여주는 흥미도 서로 다른 딸들이 같은 집에서 자라 각자의 이름을 갖는 데 있습니다.
가족의 영향을 발견하되 각자의 일을 따로 살펴보는 것이 후반부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고시노 세 자매

 


■ 주인공을 세 배우가 연기하는 까닭 

어린 이토코에서 성인 이토코, 노년의 이토코로 넘어가는 동안 배우가 바뀝니다.
어린 시절을 연기한 니노미야 아카리는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기 전부터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의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성인 이토코 역의 오노 마치코는 그 성격을 일과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깁니다.
노년을 맡은 나쓰키 마리의 등장은 주인공의 생이 젊은 날의 성공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배우 교체가 낯설게 다가오는 시청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긴 인생을 다루는 이 작품에서 나이가 든 이토코의 시간을 충분히 보여준다는 선택은 의미가 있습니다.
딸들이 성인이 되고 각자 바빠진 뒤에도 이토코는 자기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가족극이 흔히 어머니를 자녀의 배경으로 밀어놓는 순간에도 주인공의 시간이 계속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인 딸들은 유코 역 신야마 치하루, 나오코 역 가와사키 아사미, 사토코 역 야스다 미사코가 연기합니다.
각 인물을 실제 디자이너의 판박이로 평가하기보다, 작품 안에서 어떤 관계와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지켜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배우들의 최신 사생활이나 확인되지 않은 근황은 인물 이야기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 글에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노란 기모노를 입은 어린 이토코와 친구 나츠의 모습

 

밝은색 양장을 입고 있는 성인 이토코
짧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의 노년기 이토코

 


■ 제목 ‘카네이션’을 보고 떠올리게 되는 것 

이 제목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줄거리의 단서를 많이 주지 않습니다.
양장점, 기시와다, 세 자매 가운데 무엇도 직접 설명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 오래 미뤄둘 수도 있습니다.
반면 드라마를 끝까지 본 뒤에는 카네이션이라는 이름을 처음과 다른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시청자가 제목을 해석하는 방식은 하나일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토코와 딸들 사이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고, 누군가는 일에 쏟아 온 시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어머니의 역할만 강조하면 이토코가 스스로 기술을 배우고 사업을 꾸린 세월이 흐려집니다.
반대로 일의 성취만 보면 딸들이 커 가는 장면을 놓치게 됩니다.
제목이 익숙한 가족의 상징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드라마는 그보다 복잡한 한 사람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제목에 대한 인상은 보기 전과 본 뒤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망설였다면 마지막에는 그 이름 아래에 쌓인 여러 세대의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드라마의 좋은 여운은 작품을 다 본 뒤 처음의 제목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서도 생깁니다.

시이나 링고의 드라마 "카네이션" 주제곡

■ 음악과 재봉틀 소리가 만들어 내는 리듬 

〈카네이션〉의 주제가 역시 작품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시이나 링고가 부른 동명의 노래 ‘카네이션’은 방송의 시작과 끝에서 이야기를 감싸지만, 음악 한 곡만이 작품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가게에서 이어지는 일의 소리, 분주한 거리, 축제의 움직임도 긴 드라마의 리듬을 이룹니다.

주제가를 다시 듣고 싶다면 공식 음원 서비스나 권리자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곡명과 가수를 검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공식 영상은 삭제되거나 사용 권한이 달라질 수 있어 특정 업로드를 작품의 공식 음악 영상처럼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에는 노래만 따로 떼어놓기보다 이토코가 하루하루 일을 이어가던 장면을 함께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재봉틀을 사용하는 이코토


■ 기시와다는 이야기의 배경이자 실제로 걸을 수 있는 도시 

오하라 가족의 삶은 오사카부 남부 기시와다에 놓여 있습니다.
이 도시를 작품의 무대로 기억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는 단지리 축제입니다.
큰 수레를 여러 사람이 함께 끌고 거리를 달리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기시와다 사람들이 어떤 공동체 안에 사는지 보여줍니다.
기시와다시는 이 축제를 3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행사로 안내합니다.

축제 장면을 단순한 관광 볼거리로만 보면 이토코와의 관계를 놓치기 쉽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속한 동네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낀 사람에게 단지리는 해마다 돌아오는 생활의 시간입니다.
화면에서 수레가 지나가는 순간뿐 아니라 그때 거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과 소리를 함께 보면 도시가 등장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기시와다에서 보이는 골목을 모두 드라마의 촬영지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기시와다는 극중 배경 도시이고, 실제 고시노 가족의 역사가 남은 곳입니다.
개별 장면의 실제 촬영 장소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배경지와 촬영지를 구분하면 여행할 때도 ‘그 장면이 바로 여기에서 찍혔다’는 부정확한 안내를 피할 수 있습니다.

기시와다 혼마치 지구의 옛 기슈 가도 거리
단지리 축제 공식 사진

 


■ 실제 고시노 가족의 흔적을 찾는 동선 

기시와다시가 소개한 고시노 세 자매 인터뷰에는 가족의 생가이자 옛 고시노 양장점 건물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 장소는 드라마 세트라는 뜻이 아니라 실제 가족의 삶과 연결되는 건물입니다.
어머니 고시노 아야코와 세 자매의 활동을 다룬 자료도 소개돼 있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이토코가 보던 화면’보다 ‘드라마가 출발한 현실의 자리’를 찾는 것이라면 주목할 만합니다.

방문 가능 여부나 전시 운영 방식은 여행 시점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안내 글에 내부 사진이 있다고 해서 지금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건물 바깥에서 볼 수 있는 범위와 내부 개방 여부는 공식 관광 정보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 공간이나 운영 중인 장소를 방문할 때에도 주변의 일상을 존중해야 합니다.

기시와다성 주변과 단지리회관을 함께 둘러보면 축제와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단지리회관은 실제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수레와 축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게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도시의 거리, 성, 축제 전시로 시선을 넓혀 가면 작품 속 배경이 관광 사진 한 장보다 선명해집니다.

축제 기간에는 교통 통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연도의 기시와다시 공지를 확인해 동선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옛 고시노 양장점 관련 사진
기시와다성 주변의 현재 모습
기시와다 단지리회관 내부에 전시된 단지리

 


■ 옷은 취향인 동시에 생계를 이어가는 물건 

〈카네이션〉을 패션 드라마로만 생각하면 화려한 의상에 먼저 눈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토코가 다루는 옷은 누군가가 실제로 입어야 하는 물건입니다.
몸에 맞는지, 원하는 용도에 맞는지, 정해진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재단하고 수선하며 손님과 가격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양장점이 일터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킵니다.

옷의 형태가 바뀌는 데에는 시대도 작용합니다.
어린 이토코가 접하는 새로운 양장의 세계와 세 딸이 성인이 된 뒤의 패션 세계는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생활과 일하는 방식, 원하는 옷이 달라집니다.
이런 변화를 따라가면 긴 회차가 단지 인물의 나이를 늘려 보여주기 위한 구성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세 딸의 후반부는 ‘어머니에게 기술을 배웠으니 모두 같은 옷을 만들었다’는 단순한 성공담과도 다릅니다.
가족의 가게는 출발점이지만 목적지는 저마다 다릅니다.
이토코의 일에서 딸들의 디자인 활동으로 시선이 이어질 때, 작품은 한 가게에서 시작한 일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었는지 묻게 합니다.

왼쪽은 19세기 일본의 비단 견본, 오른쪽은 1920년대 일본 옷감
왼쪽은 천을 자를 때 쓰는 가위, 오른쪽은 손바느질할 때 바늘을 밀어 넣는 손가락을 보호하는 골무

 


■ 음식으로 여행을 이어간다면 

이번 작품에서 강하게 남는 것은 특정 음식 한 접시보다 가게와 거리의 풍경입니다.
따라서 기시와다의 유명한 음식을 확인 없이 ‘이토코가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소개해서는 안 됩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음식과 현재 여행자가 현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음식으로는 기시와다의 지역 음식 가시민야키가 있습니다.
닭고기와 소기름을 사용하는 구이 음식으로 오사카 관광 정보에서도 소개합니다.
드라마 속 특정 장면의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대신, 지금 기시와다를 여행할 때 지역의 맛을 찾아보는 선택지로 소개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영업 중인 가게와 메뉴, 휴무일은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쉬어 가고 싶다면 기시와다성 인근의 고후소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시와다시는 이곳의 정원과 일본 요리 운영을 안내합니다.
이 역시 작품에 등장하는 식당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도시를 걸은 뒤 식사를 할 수 있는 현재의 장소입니다.
예약 여부와 운영 시간은 시기마다 달라지므로 방문 당일 공식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기시와다의 지역 음식 가시민야키(かしみん焼き) . 얇게 구운 반죽에 양배추와 닭고기 등을 얹어 굽고 소스를 바른 음식
기시와다시 공식 포토뱅크가 제공한 2022년 여름 풍경

 

고후소 운영사가 소개하는 좌식 테이블 공간


■ 끝까지 보고 나면 처음의 장면이 달라집니다 

〈카네이션〉은 오랜 시간을 들여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게 합니다.
그래서 중간에 불편한 시대를 만나기도 하고, 한동안은 주인공이 양장점을 지키는 이야기로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반에 세 딸이 자신들의 선택을 시작하면 그동안 지켜본 가족의 모습이 달리 읽힙니다.
이토코의 젊은 시절만으로 작품을 판단하기 아쉬운 이유입니다.

셋째 딸의 실제 모델과 미치코 런던의 연결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작품을 보다가 익숙한 브랜드의 출발점을 발견하는 경험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 사실이 놀라워서 검색을 이어가고 앞선 가족 장면을 다시 본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호기심을 이해할 것입니다.

아쉬운 부분까지 포함해 본 작품입니다.
전쟁을 다루는 시기가 불편했다는 감상과 세 딸의 이야기가 신선했다는 감상은 서로 지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긴 생애를 담은 드라마이기에 한 가지 느낌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보는 동안의 반응보다 다 본 뒤에 남는 질문이 많다면, 그 작품은 시간을 들여 볼 만했던 셈입니다.

같은 블로그의 〈오싱〉 편을 읽었다면 두 작품을 이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두 드라마 모두 여성의 긴 생애를 따라가지만, 〈카네이션〉은 양장점에서 시작한 일이 세 딸의 서로 다른 활동으로 넓어지는 지점에서 고유한 인상을 남깁니다.
기시와다의 거리, 재봉틀 앞의 시간,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미치코 런던의 이름이 오래 함께 기억될 것입니다.


■ 작품 정보 

제목: 카네이션
원제: カーネーション
방송: 일본 NHK, 2011~2012년
형식: 아침 연속극, 총 151회, 회당 약 15분
각본: 와타나베 아야
주요 출연: 오노 마치코, 나쓰키 마리, 니노미야 아카리, 고바야시 가오루, 아소 유미, 신야마 치하루, 가와사키 아사미, 야스다 미사코
실제 모델: 고시노 아야코와 딸 히로코·준코·미치코
주제가: 시이나 링고 ‘카네이션’

별점 ★★★★☆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