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졸립니다.
그래도 화장은 해야 하고, 출근 전철은 붐비고, 회사에 도착하면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거창한 사건은 없습니다.
누군가 세상을 구하지도 않고 엄청난 사랑이 시작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됩니다.
영화 〈가공 OL 일기〉는 은행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들의 일상을 100분 동안 따라갑니다.
출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하고, 상사 흉을 보고, 다이어트를 이야기하고, 별것 아닌 일에 흥분하고, 또 별것 아닌 일 때문에 웃습니다.
그 중심에 아주 이상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카리즈무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가 남자라는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장을 완벽하게 한 것도 아닙니다.
목소리를 여성스럽게 바꾸지도 않습니다.
그냥 바카리즈무가 은행원 OL ‘나’로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그 설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조차 신경 쓰이지 않게 됩니다.
어쩌면 〈가공 OL 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치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보다 먼저 존재했던 ‘가짜 OL’
이 작품의 출발점을 알고 나면 제목 〈가공 OL 일기〉가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가공(架空)’은 말 그대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바카리즈무는 2006년부터 약 3년 동안 자신을 은행에 다니는 OL인 것처럼 설정하고 인터넷에 일기를 썼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코미디언이 OL인 척 쓰는 패러디 블로그’라고 밝힌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여성 직장인이 쓴 것처럼 일상의 아주 사소한 부분을 기록했습니다.
출근 이야기.
직장 동료 이야기.
회사에서 있었던 짜증나는 일.
화장과 다이어트.
점심과 간식.
친구들과의 잡담.
이런 글들이 쌓였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독자들이 실제 OL이 운영하는 블로그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이 블로그가 책으로 출간됐고, 2017년에는 TV드라마가 됐으며, 결국 2020년 극장판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소설을 영화화한 일반적인 작품과 출발부터 다릅니다.
한 남성 코미디언이 인터넷 공간에서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여성 직장인의 일상’이 블로그에서 책으로, 책에서 드라마로, 다시 영화로 이동한 작품입니다.


2017년 드라마에서 2020년 영화로
〈가공 OL 일기〉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요미우리TV 계열에서 10부작 드라마로 먼저 방송됐습니다.
드라마 역시 바카리즈무가 원작·각본·주연을 맡았고 스미다 다카시가 연출했습니다.
드라마는 은행에서 일하는 OL들의 생활을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줬습니다.
바카리즈무가 여성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분명 파격적이었지만 작품은 그것을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드라마는 제55회 갤럭시상 장려상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얻었고, 2020년 극장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판에서도 드라마의 핵심 멤버들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나’ 역의 바카리즈무.
동기 마키 역의 카호.
고미네 역의 우스다 아사미.
후배 사에 역의 사토 료.
사카키 역의 야마다 마호.
여기에 미우라 토코, 심은경, 사카이 마키, 시다 미라이, 이시바시 나츠미 등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줄거리, 그런데 설명할 사건이 거의 없다
월요일 아침.
은행원인 ‘나’의 일주일이 시작됩니다.
졸음을 참고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섭니다.
만원 전철을 타고 회사 근처 역에서 가장 친한 동기 마키와 만납니다.
회사 탈의실에 도착하면 후배 사에, 입사 8년 차 고미네, 10년 차 사카키가 합류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영화에서 흔히 말하는 ‘중요한 사건’이 아닙니다.
회사 이야기.
남자 이야기.
다이어트.
운동.
화장.
동료.
상사.
음식.
돈.
사소한 불만.
누군가 한마디를 던지면 다른 사람이 받아치고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갑니다.
잠깐 웃고 끝날 것 같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바로 이것이 〈가공 OL 일기〉의 핵심입니다.
사건이 대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 자체가 사건입니다.

영화관에서 100분 동안 남의 수다를 듣는 영화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과 별로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뉘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일반적인 영화의 서사를 기대하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큰 갈등이 없습니다.
극적인 목표도 없습니다.
강력한 악역도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쪽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매일 거대한 사건을 겪지 않습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밥을 먹고 동료와 이야기하고 퇴근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년이 지나면 회사에서 무슨 업무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동료들과 했던 쓸데없는 이야기는 기억에 남습니다.
〈가공 OL 일기〉는 바로 그 시간을 확대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재미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보다 ‘이 사람들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에 있습니다.
바카리즈무는 왜 여자처럼 꾸미지 않았을까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거의 반드시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왜 바카리즈무가 OL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완벽한 여장을 하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바카리즈무는 작품에서 가발을 쓰거나 여성처럼 목소리를 바꾸지 않습니다.
여성복은 입지만 얼굴과 말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카리즈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주변 인물들은 아무도 이상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영화 안에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여성 은행원입니다.
바카리즈무는 관련 인터뷰에서 ‘여성을 흉내 내는 연기’를 하는 방향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이것은 꽤 중요한 선택입니다.
만약 과장된 여성 말투와 몸짓을 사용했다면 작품 전체가 ‘남자가 여자를 흉내 내는 코미디’가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몇 분 동안 느껴지던 위화감이 점차 사라집니다.
관객의 머릿속에서 성별보다 캐릭터가 먼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카리즈무가 왜 여자 역할이지?’라는 질문이 어느 순간 ‘오늘 이 사람들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카호, 후지카와 마키
카호가 연기하는 마키는 ‘나’와 가장 가까운 회사 동기입니다.
두 사람은 출근길부터 붙어 다닙니다.
생각하는 방식과 웃음의 코드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둘의 대화는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데 이상하게 길어집니다.
카호는 1991년생으로 〈가공 OL 일기〉 영화 개봉 당시 28세였습니다.
아역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배우로 성장했고 〈천연 꼬꼬댁〉, 〈바닷마을 다이어리〉, 〈퍼스트 러브〉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최근까지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보다 실제 회사 동료와 대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특히 중요합니다.
바카리즈무와 카호의 대화가 ‘대본을 읽는 장면’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작품 전체의 현실감을 만드는 중요한 축입니다.


우스다 아사미, 고미네 도모코
고미네는 입사 8년 차입니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유독 강한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리듬과 확신이 있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묘하게 재미있게 만들어냅니다.
우스다 아사미는 1984년생입니다.
모델 활동을 거쳐 배우로 영역을 넓혔고 영화와 TV드라마를 꾸준히 오가고 있습니다.
〈가공 OL 일기〉에서는 튀는 행동을 크게 하지 않아도 대화 속에서 고미네라는 사람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런 생활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토 료와 야마다 마호
사토 료가 연기하는 사에는 회사의 후배입니다.
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서도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어듭니다.
야마다 마호가 연기하는 사카키는 입사 10년 차입니다.
연차와 성격이 다른 다섯 사람이 탈의실에 모이면 미묘한 회사 인간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작품은 직장 내 서열을 심각한 갈등으로 끌고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한 직장 동료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미묘한 거리감과 편안함을 관찰합니다.
누군가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맞장구를 치며 누군가는 엉뚱한 방향으로 대화를 끌고 갑니다.
그 조합이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한국 배우 심은경도 등장한다
한국 관객에게 특히 반가운 얼굴이 있습니다.
심은경입니다.
심은경은 영화판에서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동료 소연을 연기합니다.
그녀는 〈써니〉와 〈수상한 그녀〉 등으로 한국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배우였고 이후 일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2019년 일본 영화 〈신문기자〉에서 주연을 맡았고 제43회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가공 OL 일기〉에도 자연스럽게 합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소연을 ‘한국에서 온 특별한 인물’처럼 과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이 직장에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들어갑니다.
바카리즈무 역시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드라마판부터 함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취지로 당시 공식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시다 미라이와 사카이 마키까지
영화판에는 드라마에 없었던 인물들이 더해졌습니다.
사카이 마키는 상사인 오노데라 과장으로 등장합니다.
시다 미라이는 ‘나’의 지역 친구 리에, 이시바시 나츠미는 친구 쿠미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판이 드라마보다 러닝타임은 짧지만 세계는 조금 넓어진 셈입니다.
회사 안에서만 존재하던 ‘나’의 일상이 회사 밖 친구들과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확장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영화의 온도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대단한 사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세계에 살고 있었던 사람처럼 들어옵니다.
이 자연스러움이 영화판의 장점입니다.


촬영지보다 중요한 공간, 은행 탈의실
〈가공 OL 일기〉는 관광지를 찾아가는 영화와는 정반대에 있습니다.
멋진 도쿄의 야경도 유명 관광지도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장소는 은행과 탈의실입니다.
특히 탈의실은 사실상 이 영화의 광장입니다.
직원들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확인하며 회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회사 업무 공간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이곳에서는 가능합니다.
여기에 화장실과 식당, 출퇴근 전철, 헬스장 같은 공간이 이어집니다.
모두 직장인의 하루를 구성하지만 영화에서는 좀처럼 주인공이 되지 않는 장소들입니다.
그래서 〈가공 OL 일기〉의 공간을 여행한다는 것은 유명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보다 2010년대 일본 직장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여행에 가깝습니다.


유니폼이 보여주는 일본의 OL 문화
영화 속 여성들은 은행에서 유니폼을 입습니다.
한국 관객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본 기업에서는 오랫동안 여성 사무직에게 별도의 제복을 지급하는 문화가 존재했습니다.
‘OL’이라는 말 자체도 일본 직장문화에서 탄생한 표현입니다.
Office Lady의 줄임말입니다.
사무직 여성을 하나의 별도 직군처럼 바라보던 시대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가공 OL 일기〉가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문화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출근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행동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유니폼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이제 회사 사람이 되는 시간’을 표시합니다.
퇴근할 때 다시 사복으로 갈아입는 순간에는 회사 밖의 개인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에 있는 시간이 바로 이 작품이 관찰하는 세계입니다.
이 영화의 음식은 ‘맛집’보다 대화의 재료다
〈가공 OL 일기〉에서 음식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직장인의 점심과 간식, 친구들과의 식사처럼 일상적인 먹거리가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음식을 앞에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입니다.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면서 먹고, 먹으면서 다시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는 식의 모순도 자연스럽습니다.
실제 생활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음식 파트를 특정 맛집 순례로 연결하는 것은 오히려 작품의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가공 OL 일기〉에서 식사는 관광 콘텐츠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시간입니다.
은행 탈의실이 회사에서의 대화 공간이라면 식당과 카페는 회사 밖에서 이야기를 연장하는 장소입니다.

월요일이 전쟁이라는 기막힌 주제가
그리고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 있습니다.
요시자와 카요코의 〈월요일 전쟁(月曜日戦争)〉입니다.
2017년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영화에서도 다시 주제가로 사용됐습니다.
바카리즈무는 영화판을 집필할 때부터 다시 이 노래를 주제가로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제목부터 작품과 절묘하게 맞습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주말이 끝났다는 허무함.
다시 시작되는 만원 전철.
그리고 회사.
〈가공 OL 일기〉의 등장인물들에게 월요일은 정말 작은 전쟁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그 전쟁은 영웅적인 싸움이 아닙니다.
잠을 이겨내고 화장을 하고 전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전쟁입니다.
공식 뮤직비디오는 요시자와 카요코 공식 아티스트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검색어 : 吉澤嘉代子 月曜日戦争 MUSIC VIDEO
영화의 오프닝 곡은 TOWA TEI의 〈Love Forever〉입니다.
두 음악 모두 이 작품의 묘하게 세련되면서도 일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20년 일본 관객들은 어떻게 봤을까
영화는 2020년 2월 28일 일본에서 개봉했습니다.
이미 드라마판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직장 동료들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일본 영화 리뷰 사이트에서도 큰 사건 없이 이어지는 일상 대화와 캐릭터들의 호흡을 장점으로 언급하는 반응이 많이 확인됩니다.
영화.com에서는 현재 사용자 평점 3.7점, Filmarks에서는 4.0점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미네라는 캐릭터, 일상적인 잡담, 은행 강도에 관한 상상과 화장실 이야기처럼 ‘대체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오래 하지?’ 싶은 대목을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이 눈에 띕니다.
반대로 이 구조가 맞지 않는 관객이라면 100분이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분명한 사건과 기승전결을 기대하면 ‘그래서 도대체 언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야?’라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야기는 처음부터 시작돼 있었습니다.
그저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의 ‘사건’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상한 감정이 남는다
영화 내내 웃긴 것은 대단한 사건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실제로 들을 법한 말.
친구와 카페에서 할 법한 이야기.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할 법한 자기합리화.
상사에게 느끼는 미묘한 짜증.
이런 작은 것들이 계속 쌓입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어느 순간 실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묘한 힘입니다.
그리고 〈가공 OL 일기〉라는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애초에 이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OL도 바카리즈무가 인터넷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입니다.
미사토은행도 가상의 은행입니다.
그런데 100분 동안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히려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가짜로 만든 사람이 진짜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 역설이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3.0이라는 별점이 어울리는 이유
이 작품은 취향을 상당히 탑니다.
기발한 설정은 있지만 영화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웃음도 큰 폭발보다는 계속 피식거리는 방향입니다.
드라마판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오랜 친구들을 다시 만난 듯 편안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이걸 굳이 영화로 100분 동안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코미디 영화처럼 큰 웃음이나 강한 사건을 기대했다면 상당히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만의 독특함은 분명합니다.
남성인 바카리즈무가 여성 은행원을 연기하면서도 그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는 설정.
직장 여성들의 쓸데없는 대화를 집요하게 관찰한 각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현실적인 하루.
그래서 〈가공 OL 일기〉는 ‘엄청 재미있는 영화’라는 말보다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는 영화’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결국 기억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실제 직장생활도 그렇습니다.
몇 년 전 어느 화요일 오후 3시에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옆자리 사람이 했던 황당한 말이나 점심시간에 모두가 웃었던 이야기는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가공 OL 일기〉는 바로 그런 기억을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거대한 사건이 없어도 사람의 하루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평범해서 기록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가장 그리운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조금 묘한 생각이 듭니다.
가공의 인물들이 가공의 은행에서 보낸 가공의 일주일인데 우리가 살아온 실제 직장생활과 너무 닮았습니다.
어쩌면 제목은 〈가공 OL 일기〉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가공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의 시시한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 개요
한국 제목 : 가공 OL 일기
일본 원제 : 架空OL日記
영문 제목 : Fictitious Girl's Diary
제작국 : 일본
개봉일 : 2020년 2월 28일
러닝타임 : 100분
장르 : 코미디·드라마
원작 : 바카리즈무 〈架空OL日記〉
감독 : 스미다 다카시
각본 : 바카리즈무
주연 : 바카리즈무
주요 출연 :
카호
우스다 아사미
사토 료
야마다 마호
미우라 토코
심은경
사카이 마키
시다 미라이
이시바시 나츠미
주제가 : 요시자와 카요코 〈月曜日戦争〉
오프닝곡 : TOWA TEI 〈Love Forever〉
원작의 시작 : 2006년부터 바카리즈무가 OL인 척 작성한 인터넷 블로그
TV드라마 : 2017년 10부작
극장판 : 2020년
별점 : ★★★☆☆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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